한국과 일본, 타이완 등 동북아 국가들의 핵 무장을 막기 위해선 미국의 확장억제력이 중요하다고 미 전직 고위 관리들이 밝혔습니다. 동북아 국가들이 북한 핵 등 다양한 안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핵 무장에 견줄 수 있는 안보 확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함지하 기자입니다.
영국의 민간단체인 국제전략연구소 (IISS)의 마크 피츠패트릭 미국사무소 소장이 17일 워싱턴에서 자신의 저서 ‘아시아의 잠재적 핵 보유국들’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피츠패트릭 소장은 한국과 일본, 타이완 3국을 잠재적 핵 보유 가능 국가로 규정하고, 이들의 핵 무장을 막으려면 “미국의 확장억제력에 대한 신뢰가 핵심”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소장] “The credibility of America’s deterrence is the key….”
피츠패트릭 소장은 이들 세 나라가 핵 무장을 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어지러운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핵 무장에 대한 시도나 이에 대한 잠재성은 충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핵 무장론에 회의적이고,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일반 대중의 여론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나 언론 등에서 핵 보유 주장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피츠패트릭 소장은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이런 분위기가 더욱 고조될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한국인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확장억제력에 대한 신뢰를 거듭 주장한 겁니다.
이와 관련해 피츠패트릭 소장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미-한과 미-일 동맹이 강화되는 등 확장억제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 경선에 나선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주장하는 한국 등 미국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경계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소장] “If Donald Trump continues to undermine the American deterrence credibility…”
트럼프 후보가 계속해서 미국의 억제력에 대한 신뢰를 흔든다면, 자칫 동북아 국가들이 더 이상 미국을 의존할 수 없도록 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도 동북아 국가들의 핵 무장 방지를 위해 확장억제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동의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When Ukraine lost Crimea, and the United States watched this happened… “
갈루치 전 특사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가 병합됐을 때 미국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던 사례를 지적하면서, 당시 사태를 계기로 유럽이 바라보는 미국의 ‘안전보장론’이 어땠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한 지역에서 안보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세계 여러 나라들에 심리적 불안감을 안겨줬을 것이고,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 국가들에게 두려움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확장억제력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며, 동북아 국가들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방지를 위해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피츠패트릭 소장은 미 국무부에서 비확산과 무기 감축을 담당하는 부차관보를 역임했습니다.
피츠패트릭 소장은 지난달 ‘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핵 무장은 미국의 원자력 협력 제공 중단에 따른 원자력발전소 23기의 폐기와 미-한 동맹의 심각한 손상, 북한의 더 큰 위협을 불러오는 등 엄청난 실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