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제재 대상 선박, 러시아 입항 거부당한 듯

멕시코 정부에 억류된 북한 화물선 무두봉 호가 지난해 4월 툭스판 항구에 정박해 있다. (자료사진)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선박이 러시아 항구 입항을 거부당한 채 북한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가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선박 희천 호가 러시아 보스토치니 항에 입항하지 못하고 23일 북한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VOA’가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보여주는 민간 웹사이트 ‘마린 트래픽 (MarineTraffic)’ 의 지도를 분석한 결과, 지난 14일 보스토치니 항에 도착했던 희천 호는 23일까지 접안을 하지 못한 상태로 항구로부터 약 1km 떨어진 바다에 머물러 왔습니다.

그러던 중 한반도 시간으로 23일 새벽 3시께 뱃머리를 북한 방면으로 돌려 속도를 높인 게 확인된 겁니다.

이후 서쪽으로 운항을 계속하던 희천 호는 같은 날 오전 9시40분께 블라디보스톡 앞바다에서 마지막 신호를 보낸 뒤 레이더 망에서 사라졌습니다.

희천 호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270 호에 따라 유엔 회원국 내 입항이 금지된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 (OMM) 소속 선박 27 척 중 한 척으로, 결의 채택 직후까지만 해도 또 다른 원양해운관리회사 소속인 보통강 호와 한 차례씩 보스토치니에 입항한 뒤 북한으로 되돌아간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항해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입항을 하지 못했고, 열흘 가까이 같은 자리를 맴돌다 북한으로 되돌아갔습니다.

현재로선 러시아 정부가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을 위해 희천 호의 입항을 거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선박 관계자 역시 22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지도상에 실시간으로 표기된 희천 호의 위치를 근거로, “희천 호의 입항이 거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는 희천 호의 입항 허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러시아 외무부와, 유엔주재 러시아대표부, 크렘린궁, 보스토치니 항구 관리회사 등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유엔 회원국으로부터 최근 입항이 거부된 것으로 추정되는 원양해운관리회사 소속 선박은 희천 호와 태평산 호 2 척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 17일 북한을 출발한 태평산 호는 한반도 시간으로 24일 새벽 1시 현재 홍콩에서 약 50km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에서 엔진을 끈 채 머물고 있습니다. 희천 호가 현재 레이더 망에서 사라진 점을 감안하면, 태평산 호는 현 시점을 기준으로 위치가 파악되는 원양해운관리회사의 유일한 선박입니다.

한편 얼마 전까지 홍콩 입항을 하지 못한 채 바다에 머물던 골드스타 3호는 지난 16일 기수를 북한 쪽으로 돌린 것이 확인된 것을 끝으로 레이더 망에서 사라졌습니다.

또 중국 란샨항 앞바다에 머물고 있는 그랜드 카로 호는 21일 유엔 안보리로부터 원양해운관리회사 소속이 아니라는 확인을 받아 조만간 입항 허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