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웹사이트 '마린 트래픽’으로 유엔 제재 대상 북한 선박 추적

지난달 4일 필리핀 정부가 몰수한 북한 화물선 진텅(Jin Teng)호가 마닐라 북서부 수빅 만에서 정박해있다. (자료사진)

‘VOA’는 지난 한 달 간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이 된 북한 선박의 동향을 시시각각 보도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 세계 선박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민간 웹사이트 '마린 트래픽’ (MarineTraffic)이 큰 도움이 됐는데요. 함지하 기자입니다.

지난달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하자 ‘VOA’는 제재 명단에 오른 북한 원양해운회사(OMM) 소속 선박들의 동향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선박들은 대북 제재 채택 직후 레이더망에서 하나둘 씩 자취를 감췄습니다. 실제로 제재 안 통과 직전까지 15대의 위치가 파악된 선박들은 며칠 만에 7대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다 남은 선박들마저 차례로 자취를 감추더니 결국 제재 한 달이 넘은 12일 현재 모든 선박들은 사라졌습니다.

이처럼 제재 대상 선박이 순차적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파악할 수 있었던 건 한 민간 인터넷 웹사이트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선박자동식별장치 AIS를 통해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보여주는 민간 웹사이트 ‘마린 트래픽’ (MarineTraffic)은 유엔 제재 대상 선박의 지도상의 위치는 물론이고, 특정 항구에 입항했던 과거 기록과 예상 운항 경로 등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용자가 원한다면 미리 선택해 놓은 북한 선박이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이메일로 알려주는 기능까지 있습니다.

북한 선박의 움직임을 마린 트래픽을 통해 손금 들여다 보듯 파악할 수 있게 된 겁니다.

‘VOA’는 이를 근거로 제재 대상 선박이 대천과 울진 앞바다 등 한국 영해를 통과하는 모습부터, 한 때 필리핀 정부에 억류됐다가 이후 유엔으로부터 제재 목록에서 제외 판정을 받았던 진텅호가 풀려나는 모습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입항이 금지돼 영해를 하염없이 떠도는 선박들의 모습과, AIS를 끄고 켜기를 반복하며 운항을 하는 장면, 편의치적을 통해 북한이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국적을 달고 선박을 운용하고 있는 사실 등을 목격했고,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들이 북한 선박을 되돌려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대북 제재를 이행 중이라는 사실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스 아테네에 본사를 둔 마린 트래픽은 전 세계 165개 국가에 AIS 수신장치를 운영하고, 이용자만 매월 6백만명에 달하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선박 위치정보 제공 회사입니다.

마린 트래픽은 매월 8억 건의 선박 위치 정보를 기록하고 있고, 총 65만 건의 선박과 항구, 등대 정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북한 선박도 모두 252척이 등록돼 입출항 기록을 비롯해 배의 길이와 무게, 사진 등이 공개돼 있습니다.

마린 트래픽의 팀 소어 대변인은 ‘VOA’와의 통화에서 마린트래픽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를 선박 업계의 ‘투명성’ 확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소어 대변인] “It’s possible to…”

예전에는 민간 차원에서 선박의 위치 등 정보를 얻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게 되면서 전세계 선박들의 운영방식이 투명해졌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마린 트래픽이 만능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북한 선박이 AIS를 끌 경우, 선박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홍콩 앞바다에서 사라진 골드스타 3호를 비롯해 여러 선박이 AIS를 끄면서 지금까지도 위치가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국제 항구 입항 시 AIS를 켜야 하는 규정 때문에 최소한 북한 선박의 해외 항구 입항이나, 입항 시도, 출항 정보 등은 마린 트래픽을 통해 파악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국가나 정보 기관이 아니더라도 개인차원에서 북한 선박의 입항을 비롯한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게 된겁니다.

VOA 뉴스 함지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