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 제재 여전히 허점 많아'

유엔 안보리가 새 대북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킨 지난달 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의 안보리 회의장에서 각 국 대표들이 투표하고 있다.

유엔의 대북 제재 이행에 여전히 허점이 있다고 영국의 한반도 전문가가 지적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국제사회가 제재 이행을 게을리 하거나 의도적으로 피하는 나라들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의 민간단체인 합동국방안보연구소의 안드레아 버거 연구원은 유엔의 대북 제재 이행에 여전히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버거 연구원은 19일 북한전문 매체인 ’38 노스’ 기고문에서,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2016년 보고서에 나타난 제재 불이행 사례들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일부 나라들은 부주의나 태만, 또 어떤 나라들은 고의로 대북 제재를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가령 최근 새롭게 제재 불이행이 드러난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경우 순진하게 생각했거나,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을 취한 사례로 꼽았습니다.

버거 연구원은 북한의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이 나미비아에서 새로운 군사기지 조성 사업에 나선 것은 북한으로부터 무기 관련 공급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한 유엔 제재 위반이라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이 군사기지 조성에 개입한 조선광업개발회사KOMID는 유엔의 제재 대상이라는 지적입니다.

나미비아는 유엔 전문가 패널의 제재 불이행 추궁에 만수대해외 개발회사그룹과 조선광업개발회사가 연계가 있다는 점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습니다.

버거 연구원은 북한의 대표적인 해외 군사하청업체인 조선광업 개발회사가 나미비아의 3억3천500만 달러 상당의 대규모 군사기지 조성에 전혀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매우 무지하다고 밝혔습니다.

파키스탄과 아랍에미리트연합 UAE는 제재 이행을 위한 감시를 게을리한 경우로 분류됐습니다. 조선광업개발회사 관계자가 2012년 12월부터 2015년 10월 사이에 파키스탄을 적어도 28번 경유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파키스탄 측은 이 관계자의 비자로는 조선광업개발회사와의 연계를 알 수 없었다고 유엔에 밝혔다는 겁니다.

그러나 버거 연구원은 인터넷 구글 검색만 해도 이 북한인이 러시아 주재 조선광업개발회사 책임자이며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는 점을 바로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연합 역시 조선광업개발회사 관계자가 1년 반 사이에 자국을 16번이나 경유하도록 했다고 버거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나라로 지목됐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북한 기업이 러시아에서 교역금지 품목인 기계류를 팔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유엔 전문가 패널이 협조를 요청한 데 대해, 의혹이 제기된 인터넷 웹사이트를 신뢰할 수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전문가 패널이 불필요하고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모스크바주재 북한대사관 소속인 조선광업개발회사 관계자의 동선을 요청한 데 대해 미국과 프랑스가 북한인들에게 제재를 부과한 것이 그들의 불법 행위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일축했습니다.

버거 연구원은 러시아가 명백하게 고의로 자국 내 북한의 불법 행위를 묵인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버거 연구원은 유엔의 대북 제재가 부과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북한이 제재망을 피하는 교묘한 방법들을 널리 알리고 제재를 이행하지 않는 나라들을 집중조명해 북한의 ‘피난처’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