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이란 정상 비핵화 언급, 북한에 상당한 압박"

이란을 방문한 박근혜 한국 대통령(왼쪽)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2일 테헤란 사드아바드 궁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한국 정부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통일 원칙에 공감을 표시함으로써 북한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이란이 핵 협상을 타결한 것처럼 북한도 비핵화의 길로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을 수행하고 있는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통일 원칙에 공감한 데 대해 북한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수석은 현지시간으로 2일 한-이란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북한과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맺어온 이란이 이런 입장을 표명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에서 평화를 원하고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핵 개발에도 반대하며 중동 지역은 물론 한반도에서 핵을 없애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수석은 또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에서 북한은 이란과 다르다고 주장한 데 대해 한국과 이란이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데 대한 반발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민간단체인 아리랑협회가 운영하는 선전매체 ‘메아리’는 이란이 친미국가도 아니고 한국과 같은 미국의 졸개는 더욱 아니라며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조준혁 한국 외교부 대변인도 3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이란이 이번에 정상 차원에서 발신한 메시지는 북한에 더 없이 강력한 경고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조준혁 대변인 / 외교부] “특히 NPT 및 비핵화에 대한 공약 재확인, 그리고 ‘핵무기 개발은 절대 안보를 강화할 수 없다는 표현’은 NPT를 탈퇴하고 소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북측의 주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조 대변인은 또 국제사회와의 비핵화 협상을 통해 핵 의혹을 해소하고 경제발전과 번영의 길을 선택한 이란의 최고위층에서 이런 입장을 표명한 것이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 대변인은 이어 북한이 이번 한-이란 정상회담에서 나온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이란의 사례를 교훈 삼아 무모한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와 민생발전의 길로 조속히 나서길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박 대통령은 로하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현지 시간으로 2일 저녁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를 면담했습니다.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는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 성직자이자 절대권력을 가진 통치권자로, 박 대통령과의 면담 성사 여부가 큰 관심거리였습니다.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는 지난 1989년 5월 이란 대통령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회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테헤란의 최고 지도자 집무실에서 30분 간 진행된 면담에서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는 국제 문제와 관련해 테러와 지역의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이란 양국의 협력을 희망한다고 말했지만 북 핵 문제 등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는 박 대통령의 역사적인 이란 방문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번 방문이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양국이 상호신뢰를 토대로 긴 호흡을 갖고 관계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상생 협력을 추구하고 인적, 문화적 교류 확대를 통해 양국 국민의 마음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