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임진강 댐 무단 방류...한국 "강력한 유감, 수공 여부 확인 필요"

북한이 지난 16∼17일 통보 없이 두 차례 황강댐을 방류해 임진강 수위가 갑자기 높아지면서 남쪽 한국 어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18일 한 어부가 망가진 어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북한이 임진강 상류에서 심야에 무단으로 물을 방류해 하류의 한국측 어민들이 물난리를 겪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측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 고의적인 도발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16일 밤 10시 50분과 17일 새벽 1시 두 차례에 걸쳐 임진강 상류 황강댐 물을 초당 400톤 가량 무단 방류했다고 18일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임진강 하류인 한국의 파주 일대 어민들이 피해를 봤습니다.

한국 수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평소 31미터 수준이던 임진강 하류의 한국쪽 군남댐 수위가 16일 밤 10시쯤 32미터를 넘어선 뒤 새벽 1시 40분엔 32.7미터까지 높아졌습니다.

평소 초당 90톤 안팎이던 물 유입량도 16일 밤 469톤으로 급증한 뒤 새벽 1시 40분쯤 최대량인 535톤까지 증가했습니다. 불과 서너 시간 사이에 물 유입량이 다섯 배가 넘게 늘어난 겁니다.

이에 따라 군남댐은 새벽 1시 10분부터 초당 500여 톤을 방류하기 시작했고 이후 유입량이 계속 줄면서 평소와 비슷한 수위와 방류량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물이 불어나는 바람에 파주 일대 임진강 하류 주민들이 어구와 조업 피해를 입었습니다.

파주어촌계의 경우 장비를 포함해 미화로 수백만 달러의 재산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5일과 16일 임진강 상류 북한 지역에 100밀리미터 가량의 많은 비가 내려 북한이 댐을 방류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사전 통보 없이 물을 방류해 한국 국민들이 피해를 본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북한이 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무단 방류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유감을 표하는 바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남북한은 지난 2009년 10월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접촉을 갖고 북한이 댐을 방류할 땐 한국 측에 사전에 통보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정 대변인은 한국 국민의 재산피해는 물론이고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러한 방류 행위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 방류한다면 한국 측에 즉각 통보할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북한은 그 동안 황강댐 방류 때 군 통신을 이용해 한국측에 사전 통보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월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조치에 맞서 군 통신선을 차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남북 관계 단절을 빌미로 한국 측에 의도적으로 도발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정 대변인은 이번 댐 방류가 북한의 수공인지 여부에 대해 무단 방류를 했다고 해서 수공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확인이 더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부형욱 박사는 북한이 남북관계가 자기 뜻대로 안되면 통신선을 차단하고 이를 대남 위협의 수단으로 삼아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부형욱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상류에 있는 국가와 하류에 있는 국가 사이에 갑자기 방류하는 이런 일은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됩니다. 도발이라고 보는 경우가 굉장히 많죠. 이 때문에 수원지와 관련해서 국가간 분쟁상황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우기를 앞두고 북한이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이런 행동을 했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일단 북한으로선 자기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자기들과 대화와 교류가 단절되면 결국 손해는 남측이 본다,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입게 되면 그 원망이 정부로 돌아가게 될 것이고 정부의 정책을 돌리는 그런 지렛대로 삼고자 하는 의도가 있을 수 있죠.”

한편 북한은 한국 측이 군남댐을 완공하기 전인 지난 2009년 9월 당시에도 황강댐 물을 무단 방류해 하류에서 야영하던 관광객 등 6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