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노동당 대표단을 만난 것은 북-중 관계 정상화 의지와 더불어 양국 관계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 외부에 보내려는 신호라고 미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북-중 관계가 급진전되거나 김정은 노동장 위원장의 방중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북한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을 면담하면서 북-중 관계 변화 가능성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중국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양측이 북한의 핵실험 이후 소원해진 북-중 관계를 회복하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 소장입니다.
[녹취: 부시 소장] “It may reflect that China again thinks that maybe it’s possible to engage with North Korea
중국이 북한을 설득시키기 위해 다시 대화와 접촉을 시도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좀 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스팀슨 센터의 윤 선 선임연구원은 북-중 관계가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그리 나쁘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중국이 북한 대표단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윤 선 연구원] “I think Beijing is sending a signal that bilateral relations with North Korea is not as bad as…”
중국은 핵 문제를 북-중 관계의 여러 사안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양국 관계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외부에 강조하려 했다는 겁니다.
중국 출신인 윤 선 연구원은 지역 안정을 중요시 여기는 중국에 건강한 북-중 관계는 국익에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회동은 중국이 계속해서 정상적인 대북관계를 시도하겠다는 의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칭화대 박사 출신인 한국 세종연구소의 이성현 상임 연구위원은 북-중 간 전략적 변화가 아니라 사회주의 형제국 간의 관례적 방문을 통해 정상적 관계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이성현 연구위원] “근본적인 정책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고 굉장히 일관성 있는 정책하에서 또 최근 핵실험 뒤 약간 삐걱거렸던 양국 간의 관계를 이번에 관례적 방문을 이용해 원래적인 정상적 트랙으로 올리려는, 완전히 정상으로 가진 않겠지만 중국이나 북한 입장에서 보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의 일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은 리수용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면담에서 “우호협력 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며 쌍방 간의 전통적인 관례를 강조했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헤리티지 재단의 딘 쳉 선임연구원 역시 비슷한 분석을 하면서 ‘당 대 당’ 관계 회복을 통해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또 북한은 7차 당대회 결과와 의미를 관례적 차원에서 중국에 알리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회동을 통해 북-중 관계가 당장 급진전 되거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단기간에 베이징을 방문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내다봤습니다.
윤 선 선임연구원은 핵실험을 계속하는 김 위원장의 방문을 수용하는 게 중국에 부담이지만 김 위원장이 실제로 중국 방문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 선 선임연구원] “We need to verify that Kim Jong-un really wants to visit Beijing….
`병진 노선'을 고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방중 의지도 드러내지 않은데다 지난 3년 간의 외교적 (강경) 행보를 볼 때 김 위원장이 정말로 방중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겁니다.
윤 선 연구원은 또 중국 역시 북한 수뇌부가 중국을 존중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정상회담을 서두르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 북-중 정상회담은 외부의 시각처럼 비핵화 문제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중국의 입장과 체면을 존중하는 지에 더 달려있다는 겁니다.
윤 선 연구원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핵실험을 했지만 중국을 여러 번 방문했다며, 중국이 전통적으로 핵과 북-중 관계를 분리해 접근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성현 연구위원은 리수용 부위원장의 이번 방문으로 북-중 관계가 당장 정상화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현 연구위원] “리수용 방문으로 해서 북-중 관계가 원래 정상적 트랙으로 회복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북-중 관계가 지난 3-4년 동안 서로간에 상처를 주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또 중국이 김정은의 방중을 허용하는 기준점, 즉 북한이 비핵화에 있어 의지, 적어도 상징적 성명을 이번에 리수용이 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정은의 방중 가능성은 이른 단계라고 봅니다. 다만 이번 방문을 통해 막혔던 하수구가 뚫리듯 물꼬가 트였기 때문에 앞으로 고위급 교류를 통해 김정은의 방중에 대해 자연스럽게 협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핵을 포기할 수 있다거나 핵개발 동결 혹은 핵실험을 유예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다면 중국이 그의 방중에 긍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헤리티지 재단의 딘 쳉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이 아직 완전히 공고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할 가능성이 단기적으로는 적어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딘 쳉 선임연구원] “The first issue is whether or not Kim Jong-un can afford to leave North Korea…
중국의 입장과 김 위원장의 방중 의지 등 모든 가능성에 앞서 김 위원장이 북한을 떠날 수 있는 여유가 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하는데, 고위 관리들에 대한 지속적인 숙청 사례 등을 볼 때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을 떠날 가능성은 없다는 주장입니다.
한편 스팀슨 센터의 윤선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가 북-중 정상회담을 앞당길 반전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가 중국의 입장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 한국의 입장도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북-중 정상회담을 강행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이성현 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을 무조건 차단하기 보다 방중 조건과 기준을 명확히 중국에 제시하며 적극적인 외교를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