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 중인 리수용 북한 노동당 정무국 부위원장이 북-중 관계 개선과 북 핵 해법과 관련해 어떤 제안을 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 보다는 추가 핵실험을 유예하는 정도의 카드를 제시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수용 북한 노동당 정무국 부위원장의 이번 방중 활동 가운데 가장 중요한 대목은 악화된 북-중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이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어떤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지 여부입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 일본 등이 요구하고 있는 비핵화를 의제로 한 대화 재개를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최근 7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핵 보유국을 거듭 선언하고 당 규약에도 이를 명시했다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경제 병진 노선은 사실상 ‘선 핵, 후 협상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조 박사는 특히 리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당일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쏜 사실을 지목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기존 핵과 미사일 기술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고요. 그러니까 과거 핵은 암묵적으로 용인한 상태에서 이 시점부터 협상국면으로 넘어가겠다는 거죠. 북-중 관계는 정상화하고 5차 핵실험은 유보하고 전방위적으로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 테니까 중국은 이제 북-중 관계 정상화하고 대북 압박 완화하고 6자회담으로 출구를 열어라, 이게 핵심이에요.”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리 부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베이징에서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핵-경제 병진 노선’을 항구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한 것도 북한의 이런 입장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리 부위원장이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찾은 것은 북-중 두 나라가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상당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한층 강화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동참 의지를 밝힌 중국에 명분을 주는 차원에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 유예 정도의 제안을 내놓았을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북-중 관계 전문가인 김흥규 아주대 교수입니다.
[녹취: 김흥규 교수 / 아주대학교] “당분간 핵실험을 중단한다든가 중국이 뭔가 수용할 수 있는 명분을 줬을 겁니다. 그런데 비핵화를 전제로 한 새로운 협상국면에 돌입하기 위해선 아마 미국이나 중국은 현재 핵 개발에 대한 동결 정도를 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아마 북한이 지금 단계에서 선뜻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구요.”
중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 변화 조짐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김진무 박사는 4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 의지를 표명하고 북한을 압박했지만 이에 따른 부담 때문에 북한을 회유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중국이 대북 제재와 압박 일변도에서 당근과 채찍을 동시 병행하는, 예를 들면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 북한이 태도 변화를 보이면 대규모 경제 지원과 김정은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발전 5개년 전략 같은 것에 대해서 대폭 지원을 하겠다 또는 국제사회 압박을 약화시켜보겠다는 그런 의사 표시를 북한에게 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전문가들은 리 부위원장의 이번 방중으로 당장 북-중 관계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으로선 핵 개발을 계속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고 이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상회담이라고 여길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리 부위원장의 방중 결과를 토대로 핵 동결과 같은 보다 진전된 협상카드를 자신의 중국 방문 성사를 위해 활용할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