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총기 규제 법안 4건 모두 부결...FBI, 올랜도 테러범 통화 녹취록 공개

20일 미 상원이 총기 규제 법안을 모두 부결한 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총기 난사 사건으로 사망한 샌디훅 초등학교의 돈 혹스프렁 교장선생님 딸(오른쪽 두번째)이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VOA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연방 상원이 총기 규제 관련 법안 4건을 모두 거부했습니다. 이 소식 먼저 전해 드리고요. 미 연방수사국(FBI)이 올랜도 총기 난사 테러범과 911 비상전화 상담원 간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는데요. 그 내용 알아보고요. 이어서 미국에서 처음으로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 한 콜로라도 주에서 청소년들의 마리화나 흡연율이 전국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 자세히 살펴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월요일(20일) 미국 연방 의회 상원이 총기 규제 관련 법안 4건을 표결에 부쳤는데요. 모두 통과하지 못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종 표결은 아니고 절차투표였는데요. 절차투표에서 상원의원 6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최종 표결에 부칠 수 있는데, 한 건도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 겁니다. 사실 이 같은 결과는 예상됐던 일이긴 한데요. 지난해 캘리포니아 주 샌버나디노에서 총기 테러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도 비슷한 총기 관련 법안이 나왔지만,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상원에 상정된 총기 규제 관련 법안이 4건이었는데, 그 내용을 좀 살펴볼까요?

기자) 네, 민주당이 내놓은 법안 2건, 공화당이 내놓은 법안 2건이었는데요. 먼저 잠재적인 테러범으로 지난 5년 동안 미 연방수사국(FBI)의 ‘요주의 인물’ 명단에 올랐던 사람에 대해서 총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있고요. 총기 박람회에서 총기를 구입하는 사람을 포함해 신원조회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이 있었는데요. 이 2건은 민주당이 내놓은 법안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공화당이 내놓은 법안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었습니까?

기자) 네, 지난 5년 동안 테러 ‘요주의 인물’ 명단에 오른 일이 있는 사람이 총기를 구입하려고 하면, FBI에 알리게 하는 법안이 있었습니다. 총기 판매를 완전히 막는 건 아니고요. 판사가 검토할 수 있게 72시간 유보 기간을 두자는 내용인데요. 미국의 총기 옹호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가 지지하는 법안입니다. 또 신원조회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을 늘리고, 대규모 총기 사건의 원인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법안도 공화당 안이었습니다.

진행자) 4건이 모두 통과되지 못했는데, 이유가 뭔가요?

기자) 소속 정당별로 의원들의 지지가 나뉘어서 그렇습니다. 현재 미국 연방 상원은 공화당 의원이 54명, 민주당 의원이 44명, 무소속 2명인데요. 무소속 의원 2명은 보통 민주당 편에 서서 투표를 합니다. 월요일(20일) 표결 결과를 보면, 일부 이탈표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 의원이 소속 정당의 노선에 따라서 투표했습니다. 공화당이 다수당이다 보니, 공화당 안이 더 많은 지지를 얻긴 했는데요. 하지만 절차투표 통과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진 못한 거죠.

진행자) 이번에 상원에서 총기 규제 법안이 나온 배경에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사건이 있지 않습니까? 지난 12일에 미국 동남부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모두 49명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범인은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오마르 마틴으로 밝혀졌는데요. 범인 역시 경찰과 총격전 중에 사망했죠. 그런데 범인이 FBI의 테러 ‘요주의 인물’ 명단에 오른 일이 있는데도 아무 문제 없이 총기를 구매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졌습니다. 민주당 소속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이 총기 규제 법안의 표결을 촉구하면서 필리버스터,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하기도 했죠.

진행자) 필리버스터라면 장시간 발언을 이어가면서, 의원들의 다른 일을 진행하지 못하게 막는 걸 말하는데요. 머피 의원이 무려 14시간 넘게 필리버스터를 벌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공화당으로부터 총기 규제 관련 법안을 표결에 부치겠다는 양보를 얻어냈는데요. 하지만 법안 통과는 실패한 겁니다.

진행자) 이번에 상정된 법안 가운데는 머피 의원이 낸 법안도 있었죠?

기자) 네, 신원조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이었습니다.

진행자) 머피 의원이 낸 법안을 포함해서 총기 관련 법안이 모두 거부됐는데요. 머피 의원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네, 머피 의원은 자신이 내놓은 법안이 통과에 실패하자, “몹시 당황스럽지만, 놀라지는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전미총기협회(NRA)가 의회를 장악하고 있다”며 분개했습니다. 공화당과 NRA는 민주당이 내놓은 법안들에 대해서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무기 소지의 권리’를 해친다며 비판했는데요. 아무 잘못이 없는 미국인이 실수로 테러 ‘요주의 인물’ 명단에 올라서 총기를 구입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개인의 권리를, 민주당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죠.

진행자)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총기 규제 법안은 이제 묻히는 건가요?

기자) 온건 성향의 공화당 의원인 수전 콜린스 의원이 또 다른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미국 비행금지자 명단에 올라 있는 사람들에게 총기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인데요. 이르면 화요일(21일) 중에 나올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어느 정도나 지지를 얻을지는 알 수 없는데요. 미국에서는 지난 2007년 이후 연방 의회에서 새로운 총기 규제 관련 법안이 통과된 일이 없습니다. 당시 의회는 자동 신원조회 데이터베이스에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과 전과자를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했습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총기 규제 문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의견을 어떤지 살펴보고 넘어갈까요?

기자) 네, 지난주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공동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 가운데 71%가 총기 판매와 관련해서 어느 정도 규제와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같은 대답을 한 응답자의 비율이 60%였는데요. 그에 비하면 많이 올라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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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계속해서 올랜도 총격 사건 소식 이어가겠습니다. 이 사건의 범인 오마르 마틴이 범행 도중에 비상전화 911에 전화를 걸어서 상담원과 통화를 했는데요. 그 내용이 공개됐군요.

기자) 네, 미 연방 수사국(FBI)이 월요일(20일) 범인과 상담원 간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범인 오마르 마틴은 처음에 아랍어로 얘기했는데요. 자신이 ‘이슬람 전사’라고 밝혔고요. “올랜도에 있으며, 자신이 총기를 난사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통화 녹취록을 통해서 새로 알려진 사실이 있습니까?

기자) 별로 없습니다. 마틴과 상담원과의 통화는 약 50초 동안 계속됐는데요. FBI가 처음에는 편집본을 공개했습니다. 마틴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ISIL)과 그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 대해서 충성을 맹세한 내용을 빼고 공개한 건데요. 그러자 공화당 소속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이 반발했습니다.

진행자) 라이언 의장이 뭐라고 비판했습니까?

기자) 당국이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지 않고 편집본을 공개한 것은 급진 이슬람 극단주의의 위협을 축소하려는 행정부의 노력을 반영한다고 말했는데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면서, 테러에 맞서 싸우려면, 상대를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법무부가 투명성을 위해서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요. 희생자 가족의 입장을 고려하는 한편, 테러 단체를 홍보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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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국에서 최초로 의료용 마리화나 그러니까 치료용이 아닌 오락용 대마초를 합법화한 주가 콜로라도 주인데요. 콜로라도 주의 청소년 마리화나 흡연율이 전국 평균에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콜로라도 주 공공보건환경부가 2년 마다 시행하는 설문조사 결과가 월요일(20일) 발표됐는데요. 콜로라도 주의 중, 고등학생 중 지난 한 달 사이에 마리화나를 피워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이 21%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국 평균인 21.7%보다 낮은 수치인데요. 콜로라도 공공보건환경부는 21살 이상 성인에 기호용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이후에도 청소년들의 마리화나 흡연율은 늘지 않았다며, 고등학생 5명 중 4명은 가끔이라도 마리화나를 피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마리화나 합법화가 되기 이전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기자) 네, 이번에 발표된 수치는 작년에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인데요. 지난 2009년의 조사 결과를 보면 25%의 학생들이 마리화나를 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러니까 거의 4%가 줄어든 거죠. 콜로라도 주는 2012년 의료용 마리화나가 합법화됐고, 2014년엔 또 기호용 마리화나가 합법화되면서 미국 최초의 오락용 마리화나 판매점이 문을 열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것이 청소년의 마리화나 흡연율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겁니다.

진행자) 마리화나 합법화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마리화나를 합법적으로 판매하게 되면 청소년의 흡연율 역시 더 올라갈 것이고 결국 청소년들의 건강을 해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거죠. 마리화나 합법화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인 ‘마리화나 정책 프로젝트 (Marijuana Policy Project)’는 성명을 통해 콜로라도 주에서 마리화나가 합법화됐지만, 청소년의 마리화나 흡연율은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며 마리화나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는 다른 주들이 이번 결과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마리화나의 합법화를 반대하는 측에선 이번 조사 결과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마리화나의 규제를 촉구하는 단체인 ‘스마트 어프로치 투 마리화나 (Smart Approach to Marijuana)’ 측은 이번 콜로라도 주 내 설문 조사에서는 청소년의 마리화나 흡연율이 낮게 나왔지만, 지난해 미 연방보건후생부가 12살에서 17살 사이의 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콜로라도 주 청소년들의 마리화나 흡연율이 전국에서 제일 높은 것으로 나타난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 이번 콜로라도 주의 조사결과에서도 응답자의 48%만이 마리화나 흡연을 위험한 습관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매우 우려되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콜로라도 주 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와 전국 차원의 설문 조사의 결과가 다른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표본조사의 규모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콜로라도 주 공공보건환경부가 발표한 자료는 콜로라도 대학과 시민자문위원회가 공동으로 벌인 설문조사로 주 내 중, 고등학생 총 1만7천 명이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연방 보건후생부 조사에는 4백 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는데요. 아무래도 더 많은 학생이 참여한 콜로라도 보건부의 수치가 좀 더 정확한 것으로 볼 수 있겠죠.

진행자) 기호용 마리화나가 합법화되고 전문 상점까지 등장했지만, 이런 환경의 변화가 청소년의 흡연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이유가 뭘까요?

기자) 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그 이유는 간단하다고 분석했는데요. 마리화나가 합법화되기 전부터 이미 청소년들이 마리화나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전국 조사결과를 보면 고등학생인 12학년의 80%가 마리화나를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응답했는데요. 그러니까 마음만 먹으면 청소년들도 얼마든지 마리화나를 구할 수 있다는 거죠. 따라서 합법화가 됐다고 해서 특별히 더 많은 청소년이 마리화나를 구해서 피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마리화나를 피는 학생들이 줄고 있다는 것, 반가운 소식인데요. 마리화나가 청소년들의 건강엔 매우 해로운 게 사실이죠?

기자) 맞습니다. 마리화나는 정신질환과 자살, 약물중독을 가져오기도 하고 지능을 떨어트리는 것으로도 알려졌는데요. 무엇보다 청소년 시절의 흡연이 평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특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내 여러 주에서 마리화나 합법화가 추진되고 있는데요. 현재 미국에서 성인들의 기호용 마리화나를 허용하고 있는 주는 콜로라도를 포함해 모두 4개 주이고요.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6개 주가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