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인권 서울사무소가 개소 1주년을 맞았습니다. 시나 폴슨 소장으로부터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서울지국 김환용 기자가 폴슨 소장을 직접 만났습니다.
기자) 유엔 북한인권 사무소가 서울에 문을 연 지 지난 23일로 1년이 됐습니다. 지난 1년간 가장 중점을 뒀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폴슨) 우리는 지난 한 해 동안 3가지 분야로 나눠서 작업을 했습니다. 먼저 북한 내 인권 범죄의 책임을 묻기 위한 감시와 인권 침해 사례들을 문서화하는 작업이고요. 트위터와 같은 SNS를 통해 북한인권 상황을 널리 알리는 일이 두 번째입니다. 그리고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각종 토론회 등을 갖고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는 유엔의 활동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일도 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지난 1년 간의 성과에 대해 자체적으로는 어떤 평가를 하십니까?
폴슨) 한국 내 형성된 탈북자 사회를 들여다 보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과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뷰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들었습니다. 예컨대 한국 정부가 갓 들어온 탈북자들의 한국 정착을 위해 만든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한 달에 한 번 방문해 탈북자들과 인터뷰를 합니다. 이런 접촉을 통해 북한인권 상황을 어느 정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에 온 탈북자도 있고 오래 전에 온 탈북자들도 있지만 이들에게서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그리고 구체적인 정보를 얻게 됐습니다.
물론 북한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의 진술을 검증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한국엔 현재 3만 명 정도의 탈북자들이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내용을 증언하고 있고 탈북자 이외의 다른 경로로 들어오는 정보들과 비교검증하면 북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선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봅니다.
기자) 북한 당국은 자신들이 국제사회의 인권 기준에 맞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폴슨) 북한 정부는 인권 문제와 관련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분야만 골라서 유엔에 협력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유엔 인권이사회 보편적 정례검토를 위한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는데 아동과 여성 인권 등에 국한된 것이었죠. 그래도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의 권유를 받아들여 행한 일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여를 위한 좋은 출발점이긴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보고서를 제출하고 국제협약을 체결하는 게 아니라 실제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제 기준을 이행하는 겁니다. 서울 사무소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OHCHR)의 일부로서 북한인권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 북한과 함께 일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제네바를 통해서 외교적 차원에서만 북한과 접촉을 하고 있고 이런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지켜봐야 합니다.
기자) 폴슨 소장께서는 북한인권 상황의 가장 심각한 측면을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폴슨) 북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인권 침해는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범죄는 정치범 수용소인데요, 만일 북한에 정치적 자유, 표현의 자유가 있다면 정치범 수용소와 같은 시스템은 유지되기 어려울 겁니다. 또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면 정보의 흐름도 막히는 결과가 빚어집니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먹는 문제나 주거 문제 등이 인권 차원에서 어떻게 다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소통이 되면 시민사회가 정부에 자신들의 요구를 전달할 수 있고 억압에 대한 공포 없이 이 문제들을 보다 부드럽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북한에선 지금으로선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기자) 북한은 유엔인권사무소가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데 대해 ‘특대형 정치도발’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런 태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폴슨) 유엔 북한인권 서울사무소의 활동은 북한 당국에 대해 도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만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존중하고 지킬 것을 요구하는 겁니다. 충분한 음식과 아동교육을 제공해야 하고 혐의가 없는 체포나 가족의 일 때문에 고문 또는 차별을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것은 매우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요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당국도 관련 국제협약을 비준하고 받아들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러나 북한이 아동과 여성, 시민의 정치적 권리 등과 관련한 국제 협약을 비준했지만 이를 이행하기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북한 당국에 대해 도발하려는 게 아닙니다.
기자) 사무소 개소 2 년째를 맞아 향후 과제와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폴슨) 2년째를 맞아 몇 가지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탈북자 등을 통한 북한인권 상황 감시를 지속할 겁니다. 또 SNS와 각종 공개 행사를 통한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여론 확산 활동도 벌일 겁니다. 이와 함께 남북한의 특수한 사안이긴 합니다만 조만간 이산가족들의 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낼 예정입니다. 재판 전 구금에 따른 인권 침해 상황과 정치범 수용소 문제도 계속 다룰 계획입니다.
개소 1주년을 맞은 유엔 북한인권 서울사무소 시나 폴슨 소장으로부터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서울지국 김환용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