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과의 `뉴욕채널’ 차단을 발표했습니다. 양국 간 사실상 유일한 대화창구가 사라지게 된 건데요.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북한의 이번 발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It means nothing, unless they withdraw entire…”
뉴욕주재 북한대표부의 외교관을 철수시키지 않는 한 ‘뉴욕채널’은 그대로 살아있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리스 전 실장은 북한이 이번 발표로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절하거나, 반대로 대화 요청을 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는 새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 외교관들이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 시 권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실상의 대화 공간은 남아있게 돼, 양측의 대화는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리스 전 실장은 북한의 이번 발표를 미국 측에 실망감을 표출하기 위한 ‘상징적인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바락 오바마 행정부와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는다는 해석은 다소 지나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에 몸담았던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 역시 이번 북한의 발표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스트로브 전 과장은 미국이나 북한이 공식적으로 ‘뉴욕채널’을 언급한 건 처음있는 일이라면서도, “뉴욕채널이 기관이 아닌, 단순히 국무부 동아태 부서와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외교관들의 대화를 의미하는 만큼 마치 텔레비전을 켜듯 언제든 채널은 다시 열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조엘 위트 존스 홉킨스대학 선임연구원은 ‘뉴욕채널’의 차단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위트 연구원] “There was a lot of give and take…”
위트 연구원은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 시절엔 ‘뉴욕채널’을 통해 미-북 간 접촉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서로 주고받는 게 많았고, 흥미로운 토론도 자주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 들어선 ‘뉴욕채널’이 활용되는 빈도가 크게 줄었고, 내용 면에서도 양측이 서로의 주장만을 되풀이 하는 창구로 전락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위트 연구원은 북한과의 유일한 대화 창구가 없어지는 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해석했습니다.
다만 북한의 이번 발표가 미국 정부 관계자와의 대화 중단인지, 어떤 미국인과도 접촉하지 않겠다는 의미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위트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뉴욕채널’은 공식 외교관계가 없는 미국과 북한이 뉴욕주재 북한대표부를 창구로 삼아 이뤄지는 외교적 접촉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뉴욕채널’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를 선언한 지난 1993년 당시 로버트 갈루치 국무부 차관보가 뉴욕에서 강석주 북한 외교부 부부장과 만난 것이 계기가 돼 개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국무부와 뉴욕주재 북한대표부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직간접인 물밑접촉을 유지해 왔습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간 미국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문제 논의를 위해 뉴욕채널을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고, 북한 역시 지난해 말 유엔주재 미국대표부에 이메일을 보내 ‘평화협정’을 제안한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