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한국 배치 결정과 국제법정의 남중국해 판결 이후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두 나라 간 공조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북-중 관계가 강화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미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국제중재재판소 (PCA)가 12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그 여파가 북한 핵 등 다른 국제 현안에도 미칠 전망입니다.
중국이 판결 수용을 거부하고 미국을 비난하면서 미-중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중 공조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창 변호사] “I think the ruling definitely will affect the cooperation……: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소송 당사국인 필리핀이나 다른 나라가 아니라 미국을 계속 비난해 왔기 때문에 미국의 북 핵 문제 해결 노력에도 더욱 미온적 태도를 보일 것이란 지적입니다.
창 변호사는 그러나 남중국해 문제 보다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의 한국 배치가 미-중 공조와 중국의 대북 정책에 미치는 파급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북한을 여전히 미국의 영향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사드와 남중국해 문제를 구실로 소원해진 북한과의 관계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창 변호사는 이 때문에 앞으로 6개월 간은 적어도 북-중 교역이 증가하는 등 중국이 북한의 경제를 지원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창 변호사] “I think we are going to see over the next half year…”
전반적인 미-중 관계 악화로 당분간 북-중 관계와 미-한-일 관계가 대립적으로 강화되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겁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스팀슨 센터의 윤 선 선임연구원 역시 국제법정의 남중국해 판결이 북-중 관계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 선 연구원] “The ruling on South China Sea is not a positive development……”
한국과 미국이 전략적 동맹 차원이라며 사드 배치를 결정한 만큼 중국 역시 그에 대응해 동맹인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 밖에 다른 선택이 없다는 자세로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 출신인 윤 선 선임연구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북-중 조약 체결 55주년을 맞아 축전을 교환했다는 소식은 이런 조짐의 신호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앞으로 북-중 군 당국자 간 접촉 복원이나 대북 군사적 지원 등 강수를 둘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헤리티지재단의 딘 쳉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이행을 중단한 뒤 남중국해 판결과 연계해 국제법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딘 쳉 선임연구원] “It could choose a course no longer…”
남중국해 판결의 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대북 제재 이행을 볼모로 내세울 수 있다는 겁니다.
쳉 연구원은 그러나 중국은 장기전을 선호한다며, 당장 공개적으로 북-중 관계를 눈에 띄게 강화하거나 사드 배치 결정을 이유로 한국에 공식 제재를 가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중국 정부가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경고로 중국인들의 한국 여행 자제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윤 선 연구원은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매우 강경하기 때문에 실제로 배치된다면 한국과의 교역과 투자를 제한하며 실질적인 경제 제재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고든 창 변호사는 이런 중국의 행보는 미-중 간 전략적 이익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거듭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열쇠를 중국에 맡기기 보다 책임을 갖고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