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3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날을 전후해 워싱턴 인근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렸는데요, 특히 한인 청년들이 수 년 동안 같은 장소에서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참전용사들을 기리고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23일 오후 6시 미국 수도 워싱턴에 있는 ‘링컨 기념관 리플랙팅 풀.’
한국전 정전협정 기념행사를 열고 있는 워싱턴 지역 한인청년 비영리단체 ‘리멤버 727’의 한인 청년들이 모였습니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미국인과 한인들, 그리고 관광객들에게 알리고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한 현 세대들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리플렉팅 풀은 17세기 미국의 노예제도를 폐지하고 미 연방체제를 수호했던 16대 링컨 대통령 기념관과 워싱턴 기념탑 사이에 기다랗게 놓인 가로 50m, 세로 600m 크기에 깊이 50cm 가량의 인공 연못입니다.
워싱턴 기념탑과 주변 경치가 연못에 선명하게 반사되는 모습은 인상적인 워싱턴 풍경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런 풍경을 배경으로 이 곳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한국전 정전협정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올해 행사는 예년 보다 더 많은 관심 속에 치러졌는데요. 행사 시작 이래 처음으로 ‘한반도 통일을 기원하는 평화 행진'을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통일을 기원하는 평화 행진’은 링컨 기념관 옆 2차 세계대전 기념비에서 출발해 한국전쟁 기념비, 베트남전쟁 기념비를 거쳐 링컨 기념관 앞으로 돌아오는 것인데요. `리멤버 727'의 김한나 대표입니다.
[녹취: 김한나] “생각해 보세요. 한국전, 2차대전, 월남전을 둘러싼,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을 한 시점에서 하나로 연합시킨 분이잖아요. 저희 드림이 그거예요. 사람들이 전쟁과 평화를 생각하는 것, 평화가 어려운 게 아니예요.”
한반도 통일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조금씩 노력하면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평화행진은 섭씨 35도의 무더위 속에 엄숙하게 진행됐고, 참가자들은 한국전쟁 기념공원에서 헌화식도 가졌습니다.
헌화식에는 김동기 워싱턴주재 한국 총영사와 콜 데이비스 미 육군 퇴역군인의 연설이 있었습니다.
행진이 끝난 뒤에는 다채로운 문화공연이 펼쳐졌는데요, 외국인 단체와 다양한 인종의 개인 참가자들이 행사의 절반을 채웠습니다.
`리멤버 727'에 따르면 이 행사에는 워싱턴한인연합회와 재향군인회 등 30여 개 단체와 개인이 참가했습니다.
`리멤버 727'의 김한나 대표는 한국전쟁을 기념하는 일은 한국인들만의 몫이 아니라며, 터키를 포함한 한국전 참전국들의 미국 내 단체들을 초청했다고 말했습니다.
터키는 한국전쟁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1만 5천여 명의 병력을 파견한 나라인데요, 이날 기념식에 참가한 터키 여성무용수들은 터키 민속의상을 입고 ‘실크로드’라는 제목의 춤을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워싱턴 지역에서 20여 년 동안 활동하며 터키문화를 연구해 온 로렐 그레이 박사는 `VOA'에 선과 악을 주제로 춤을 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로렐 그레이] “we have a sad world right now, and anything that we can do to lift...”
우리는 슬픈 세상에 살고 있기에 사람들의 영혼을 일으키고 축복하며 전쟁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는 설명입니다.
지난해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유엔 창설 70주년 기념음악회를 주최했던 허드슨 문화재단은 한인 청소년들 20여 명을 대동해 ‘세상을 치유하자’라는 미국 팝송을 불렀습니다.
[효과: 공연 현장음]
3년째 이 행사에 참여해 온 미국인 레이몬드 리 앤더슨 목사는 이 노래를 수화로 함께 불러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앤더슨 목사는 `VOA'에 평화가 우리의 마음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을 때 평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말했습니다.
삼촌이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다는 미국인 남성은 “8천 명이 넘는 미군이 아직도 실종자 명단에 있다”면서 한국전쟁이 잊혀져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세계적인 비올라 연주자 김남중 씨는 이번 행사를 위해 작곡된 ‘SING FOR SOLACE-위로의 노래’를 연주했습니다.
[녹취:김남중] “처음엔 전쟁이었고 위로, 희망적인 이미지로 전개해서 만든 것이었는데, 평화롭게 밝은 의미로 연주한 것이었어요. 한국 사람인데도 잊고 있었는데, 미국에서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에 굉장히 감동을 받아서 하게 됐어요.”
[효과: 공연 현장음]
한국전쟁에서 오른 팔을 잃은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은 `리멤버 727'의 정전협정 기념일 행사에 해마다 연설자로 나서고 있습니다.
웨버 대령은 연설에서 한국전쟁은 몇 가지 목표가 있었다며, 세계를 공산주의로부터 구하고 한국인의 자유를 지켜준 전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윌리엄 웨버 대령]” In the Korean War, there were several goals. One that seems somewhat lost to history, is that that war actually saved the...”
다채로운 공연에 환호하던 청중은 휠체어를 탄 웨버 대령의 연설을 숙연한 자세로 경청했습니다.
웨버 대령은 `VOA'에 미국인 노병의 증언을 통해 한국전쟁을 기억하려는 한인 청년들의 요청이 자신에게 남다르다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녹취:윌리엄 웨버 대령] “because there are so few of us left that if we don’t explain to people...”
얼마 남지 않은 노병들이 말하지 않으면 젊은 미국인들이 어떻게 전쟁을 이해할 수 있겠냐며, 역사책에서 가르치지 않는 한국전쟁을 알리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했습니다
웨버 대령은 “자유는 스스로가 보호하고 지켜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잃어 버리게 될 것이고, 우리가 지킨 자유를 후세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효과: 공연 현장음]
이날 저녁 7시 27분, 63년 전 체결된 한국전 정전협정일을 기억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는데요 청중들은 전쟁에서 희생된 25개국 참전국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습니다.
9년 전 한인 청년들의 풀뿌리 운동으로 시작된 `리멤버 727'의 한국전 정전협정 기념행사는 다양한 인종과 배경의 사람들이 한국전쟁을 기억하고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로 그 의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