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문가들은 지난해 북한경제가 부진했던 주요 요인인 가뭄이 올해 상반기에는 해소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북한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매주 목요일 한반도 관련 뉴스를 심층분석해 전해 드리는 `뉴스 깊이 보기,'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북한경제의 최대 변수로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꼽습니다.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과 중국의 경기둔화 등 북한의 대외경제 여건이 악화되는 시점에 이뤄진데다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지하자원 수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북한의 대중 무역은 크게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북-중 무역은 25억2천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0.6% 늘어났습니다.
다만 중국 상무부가 북한에 대한 수출입 금지품목을 발표한 지난 4월 이후 석 달 간 북-중 무역은 전년보다 3.7% 감소했습니다.
대북 제재가 북한의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광업 부문을 제외하고는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한국의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상반기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에 따른 외화 부족이 설비나 원부자재 수입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올 상반기 대중 수출은 4.7% 줄어든 반면, 수입은 5.3% 증가했습니다.
1월부터 5월까지 기계류 수입은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줄었지만 감소 폭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줄었습니다. 오히려 일반 기계류 수입은 6.1% 늘어났습니다. 철강재 수입 역시 15%나 늘었고 화학 원부자재와 섬유류 수입도 증가했습니다.
당 창건 70주년임에도 불구하고 수입 감소 폭이 수출 감소 폭보다 더 컸던 지난해와는 크게 다른 겁니다.
다만 광업 부문의 경우 대북 제재를 비롯한 악화된 북한의 대외 경제환경으로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광업은 북한의 다른 산업과 달리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입니다. 광업은 북한 GDP의 1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에너지경제연구원 김경술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김경술 선임연구원] “석탄 수출이 금지되면 기존에 중국으로부터 기계설비나 자금 등을 미리 공급받은 탄광들은 이를 활용해 당분간 생산 활동을 하겠지만 그 외의 탄광들은 새 계약이 체결이 안돼 가동이 중단될 수 밖에 없습니다. 생산이 가능한 탄광이더라도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할 경우 판매처가 많지 않아 국내 석탄 가격이 하락해 온전한 순환재 생산이 어렵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올해 상반기 북한 지하자원의 대중 수출은 6억6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11.7% 감소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대북 제재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지난 4월 이후 감소 폭은 21.4%였습니다.
특히 석탄의 경우 지난 4월 이후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4% 감소했고, 물량 역시 13.4% 감소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일부 국내 산업 부문에서 오히려 생산이 소폭이나마 증대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해 북한경제의 부진 요인이었던 가뭄이 해소됐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월과 6월을 제외하고 평년 수준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이모작과 가을 농사에 영향을 미치는 5월의 평균강수량은 148mm로 평년 대비 92%나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농업 부문의 경우 양호한 기상 여건에다 원활한 농자재 공급으로 다소 호전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습니다. 권태진 GS&J인스티튜트 동북아연구원장입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올해 들어 가뭄이 해소됐고 작년 하반기에 내린 비로 연초부터 농업용 저수지에 대한 저수율도 어느 정도 선에서 유지됐습니다. 아울러 올해 초부터 중국에서 대규모로 비료를 수입해 비료나 농기계 연료 공급 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원활해 올해 농업 부문의 경우 출발 자체가 좋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5년 만에 감소했지만 시장의 식량 가격이 여전히 안정적이고, 대북 제재의 영향 또한 식량 부문은 직접적으로 받지 않고 있다고 권태진 원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지난해 5년 만에 곡물 생산량이 감소하는 부정적인 요인이 있었지만 올해 상반기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요인이 표면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중국과의 비공식적인 무역이 상당히 활성화돼 부정적인 요인을 상쇄해 올해 상반기 식량 부족 현상이 표면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수력발전 부문 역시 상반기 강수량 증가로 다소 회복됨에 따라 북한의 전력 사정은 전년보다 나아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전기연구원 윤재영 책임연구원입니다.
[녹취: 윤재영 책임연구원] “지난해 한국 뿐아니라 북한 지역의 강우량이 줄어 수력 발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북한의 경우 전력 사정이 상당히 어려웠는데 올해 들어 약간 회복 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화력발전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으로의 석탄 수출이 대폭 줄면서 화력발전소 연료로 공급되는 석탄이 늘어났다고 추정할 수 있어 화력발전양도 예년보다는 조금 나아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 현지에 머물고 있는 경상대 정은이 교수는 중국과 국경을 접한 신의주 지역의 경우 밤에도 불빛들을 볼 수 있다며 계절적 요인으로 전력 사정이 다소 호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다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맞서 추진 중인 속도전으로 노동력과 자원이 집중 투입돼 단기적으로 생산 활동이 확대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북한경제는 북한 대외무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의 대북 제재 강도와 지속 여부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산업연구원 이석기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이석기 선임연구위원] “경제 제재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그 효과가 누적돼 나타나는 만큼 하반기 이후 북한경제는 한국과 미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대북 경제 제재를 어느 정도 강도로 지속할지, 완화시킬 건지에 따라 1차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상 조건은 지속적으로 악화되지 않는다면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긍정적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다 ‘70일 전투’에 이은 ‘200일 전투’와 같은 강제적 노력 동원이 장기화됨에 따라 주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등 후유증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한국의 전문가들은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