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최근 대북 제재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재의 예외로 규정한 민생 부문을 광범위하게 적용하는가 하면 미국과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압록강 철교를 통한 북-중 교역도 현저하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주 목요일 한반도 관련 뉴스를 심층분석해 전해 드리는 `뉴스 깊이 보기,'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제재 이행보고서에서 일관되고 성실한 대북 제재 이행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관측은 우선 북-중 간 무역통계에서 확인됩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북한과 중국의 지난 6월 무역총액은 5억377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4% 증가했습니다. 중국 상무부가 북한에 대한 수출입 금지품목을 발표한 지난 4월 이후 두 달 간 감소세를 보이던 북-중 무역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겁니다.
중국의 이 같은 행보는 이미 예상됐다는 것이 한국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북한의 민생 부문을 예외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자원연구소 최경수 소장입니다.
[녹취: 최경수 소장] “북한으로서는 제재 품목이라 하더라도 중국에서 수요가 있는 한 철광석이나 석탄을 민생용으로 위장해서 계속 수출하려 할 것이고, 중국 입장에서도 자국 기업들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이를 막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 중국 정부가 민생용이라고 규정한 예외조항을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중 무역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국제사회의 기대와 달리 중국 세관에선 석탄 수출의 예외조항으로 규정한 ‘민생용’을 군사용이 아니면 다 해당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6월 들어 석탄 수출 감소 폭이 줄어든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최대 수출품목인 석탄의 대중 수출은 중국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된 지난 4월 이후 두 달 간 전년보다 각각 38%, 28% 감소했지만 6월 들어 감소 폭이 18%로 줄었습니다.
중국의 대북 제재 완화 움직임은 북-중 무역의 70%가 이뤄지는 단둥 지역에서 뚜렷하게 엿볼 수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 시행 초기인 지난 3월 중국이 북한과 접경지역 밀무역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최근 들어선 다시 밀무역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압록강 철교를 통한 북-중 교역은 한-미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이후 현저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현지를 방문한 인사들은 전합니다.
이달 초 열흘 간 북-중 접경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온 단국대 이동민 교수는 이달 중순 중국에서 중장비 기계와 신형 버스 등 100여 대의 차량이 줄지어 북한으로 들어가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7월부터 중국에 체류한 경상대 정은이 교수는 중국 측의 압록강 철교 재보수 공사를 앞두고 통관 시간에 관계없이 밤늦게까지 차량이 오가는 등 최근 양국 간 교역이 더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은이 교수] “하루 평균 중국에서 북한으로 150대 안팎의 화물차량이, 북한에서 중국으로는 100대 안팎의 차량이 오갔는데 최근 들어선 시간에 관계없이 밤 10시, 12시까지 차량이 오가는 등 물동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는 중국측의 압록강 철교 재보수 공사를 앞두고 미리 물량을 보내는 것이거나, 상반기 계약한 물량이 지금 거래되는 계절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은이 교수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중국 정부가 북한에 대규모 식량과 생필품 지원을 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근로자들의 중국 진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은이 교수는 제재 이후에도 중국 기업들의 북한 근로자 고용은 계속되고 있다며, 단둥에만 1만8천 명의 북한 근로자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은이 교수] “현재 단둥에만 3만 명의 북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 1만 8천 명이 근로자라고 합니다. 제재 이후에 근로자 파견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늘어나는 추세인데 중국 기업들로서도 중국 근로자들의 높은 인건비로 인해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하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단둥에서는 지난달부터 북한의 신의주 지역을 반나절 둘러보는 관광상품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단국대 이동민 교수는 중국 돈으로 390 위안이면 신의주 지역을 관광할 수 있다며, 하루에 많게는 7~800명이 관광을 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동민 교수]“최근 북한의 신의주를 당일 둘러보는 관광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압록강과 인근 접경지역을 반나절 둘러보는 상품은 390 위안에 판매가 되고 있고, 북한 신의주 시내와 여러 유적지 등을 당일 방문하는 상품은 790 위안에 판매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에 400명에서 500명 정도가 관광을 하고 있고, 많으면 7-800명 정도가 참여한다고 합니다. 여권이 없는 중국인들도 일반신분증을 가지고 승인을 받고 입국을 한다고 합니다.”
북-중 양국 간 경제교류가 회복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6월 말부터 단둥시 신개발지역의 ‘북-중 호시무역구’가 통관 시범운영에 들어간 것이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10월 개장한 호시무역구에는 당초 올해 봄부터 북한 기업이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로 인해 입점이 지연됐습니다.
중국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소량이지만 북한 상품이 통관을 거쳐 중국으로 반입됐습니다. 중국 내 한 대북 사업가는 아직 준비 중으로 다음달 말 정식 가동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낙후된 변경지역의 개발이 시급한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자국의 기업과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고강도 제재를 지속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합니다.
한국개발연구원, KDI 이종규 연구위원은 그동안 제재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시간이 갈수록 제재를 가하는 국가 입장에서도 정치, 경제, 사회적 비용이 상승함으로써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라며 결국 대북 제재의 실효성은 중국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중국 정부가 대북 제재에서 완전히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단국대 이동민 교수입니다.
[녹취: 이동민 교수] “하지만 중국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은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단둥시 랑터우 신개발지역의 상징인 압록강 신대교가 이미 완공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개통을 못하고 있고, 북중 양국간에 추진 중이던 황금평과 위화도 등의 경협사업들이 잠정 중단된 것은, 중국의 대북경제 제재가 아직도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이 아니더라도 북한 체제의 안정을 비핵화보다 중시하는 중국 정부가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수준의 대북 제재에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무장보다 자국의 전략적 이익에 더 큰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해 북한의 비핵화에 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