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6개월째로 접어들면서 대북 제재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석탄이나 철광석의 수출 용도를 바꿔 대북 제재를 우회하거나 제재 대상이 아닌 품목의 수출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우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되기 전 제재의 효과를 줄이기 위해 북-중 무역 규모를 급격하게 늘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 상무부가 북한과의 수출입 금지품목을 발표하기 직전인 3월 북한의 대중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 수입은 16%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북한의 대중 수출 1위 품목인 석탄의 3월 한 달 수출 물량과 액수는 전년 대비 각각 80%, 30%로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대북 제재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전 경제주체들이 거래를 앞당겨 진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한국개발연구원, KDI 이종규 연구위원은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이와 함께 대북 제재를 우회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민생용 광물 수출은 허용한다는 제재의 예외조항을 최대한 활용해 소속을 바꿔 민생 목적으로 광물을 수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단둥 현지 기업 176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서울대 김병연 교수에 따르면 북한 광물 수출기업의 70% 이상은 군이나 당 소속입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제재 품목인 철광석의 올해 상반기 대중 수출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중국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된 지난 4월 이후 석 달 간 철광석의 수출 물량과 액수는 77%, 73%나 급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과 중국의 경기둔화로 철광석의 대중 수출이 물량과 액수 모두 70% 이상 급감한 것과는 크게 다른 겁니다.
석탄 수출 역시 지난 4월 이후 전년대비 수출액이 큰 폭으로 감소하다 6월 이후 감소 폭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북한자원연구소 최경수 소장입니다.
[녹취: 최경수 소장] “제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4월부터 6월까지 북-중 무역거래가 일부 줄어든 것은 제재의 영향이라기보다 중국의 산업 위축의 영향이 더 크다고 봅니다. 기존에 투자된 북-중 무역거래가 상반기에 이행된데다 제재가 이뤄졌더라도 민생 목적은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돼 있어 얼마든지 피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부터 중국에 체류한 경상대 정은이 교수는 제재 품목인 철광석과 석탄의 경우 제재 이후에도 변함없이 중국으로 넘어오고 있다며 특히 석탄의 경우 규제가 허술한 산둥의 일조항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은이 교수] “제재 이후에도 북한으로부터 철광석도 계속 들어오고 석탄도 안 넘어온다고 하지만 거의 매일 중국으로 넘어옵니다. 특히 규제가 허술한 산둥의 일조항을 통해 북한 선박이 들어오고 있어요.”
부족한 외화를 확보하기 위해 제재 대상이 아닌 품목의 수출을 크게 늘렸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의류제품과 수산물입니다.
올해 상반기 의류제품와 수산물의 대중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2%와 13% 늘어났습니다.
중국의 한 대북 사업가는 대북 제재로 중국을 거쳐 북한과 간접적으로 위탁가공 거래를 해온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 등 제3국 기업들로부터 주문이 줄자 북한이 중국의 내수 시장의 판로 개척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세종연구소가 최근 북-중 접경지역을 방문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훈춘의 중국 방직의류업체들이 북한 지역에 15개의 가공공장을 세워, 개성공단 방식을 원용한 ‘출경가공업’을 활성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북한산 광물 수출도 큰 폭으로 늘어났습니다.
올해 상반기 연광이나 아연광, 아연괴, 마그네사이트, 동광 등 5개 품목의 대중 수출액은 7천821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나 증가했습니다. 북한자원연구소 최경수 소장입니다.
[녹취: 최경수 소장] “북한으로선 아연, 동과 같은 비 제재 품목의 경우 부족한 외화 확보를 위해 중국에 수출할 수 있을 만큼 계속해서 생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중국 입장에서도 싼 가격에 질 좋은 품목을 살 수 있어 양쪽의 이익에 다 부합되므로 앞으로도 비 제재 품목의 수출은 중국의 수요가 있는 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 근로자들의 해외 송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상대 정은이 교수에 따르면 단둥 지역에만 북한 근로자 1만 8천여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종연구소 양운철 부소장은 북한이 제재 국면에서 중국으로의 인력 송출을 통해 숨통을 틔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투먼시의 조선공업원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습니다.
투먼시와 조선투자합영위원회는 북한 근로자 2만 명에 대한 고용계약을 맺고 조선공업원을 건설했습니다. 지난달을 기준으로 약 4천명의 북한 인력이 고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종연구소 양운철 부소장입니다.
[녹취: 양운철 부소장] “대북 제재가 북한 정권의 외화유입에는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제재 국면에서 북한이 중국으로의 북한 인력 송출을 통해 숨통을 틔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으로서도 저임금에 고용할 수 있는 노동력이 없어 북한 인력을 원하는 측면이 있고, 북한으로서도 제재 국면에서 해외 근로자들이 할당에 대한 부담으로 탈북을 하는 상황에서도 외화벌이를 위해선 노동력을 파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중국 지방정부와 민간 차원의 경제협력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정부는 최근 홈페이지에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신개발지 궈먼항 한 곳에서 운영하는 호시무역구를 3~4곳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호시무역구에선 북한과 중국 주민들이 관세 없이 물건을 사고 팔 수 있습니다.
지린성 역시 지난 2010년 이후 준비해온 투먼 호시무역구 건설을 마치고 조만간 시범운영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 제재 국면에서 북한 당국이 국산화 정책을 더욱 강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코트라 오사카무역관은 지난 7월 방북한 일본 언론매체 보도 등을 인용해 작성한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이 7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과 관련해 방직, 금속, 자동차 산업 부문에서 제재에도 불구하고 오는 2020년까지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생산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이와 함께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200일 전투와 같은 강제적 노력 동원을 지속하는 한편, 대규모 건설을 통한 경기부양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평양의 려명거리 건설 등을 위해 중국에서 북한으로 건설 자재가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안다며 북-중 접경지역에서도 건설붐이 불고 있는 것은 체제 건재를 과시하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재원 부족과 함께 강제적 노력 동원에 따른 주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등 후유증이 커질 수 있다고 한국의 전문가들은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