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러 박근혜 한국 대통령 "북한 핵 위협 제거되면 사드 필요 없어"

러시아·중국·라오스 순방에 나선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2일 저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 도착, 전용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이 제거되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국 배치도 필요가 없어진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오늘 (2일) 러시아와 중국, 라오스 순방길에 올라 한반도 주변 강대국 정상들을 상대로 북 핵 외교를 펼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2일 북한의 핵 위협이 제거되면 자연스럽게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배치의 필요성도 없어질 것이라며 이른바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역설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 국영 ‘로시야 시보드냐’ 통신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에 반대하고 있는 데 대해 문제의 본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가 나날이 고조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의 안위와 한국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내린 자위적 방어 조치라며 사드가 제3국을 목표로 할 이유도, 실익도 없고 그렇게 할 어떤 의도나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이런 입장을 러시아 측에 충실히 설명해 왔고 러시아 측이 추가적인 설명을 필요로 하면 앞으로도 계속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 대통령이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김한권 교수입니다.

[녹취: 김한권 교수 / 한국 국립외교원] “러시아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과정에 이번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해 한-러 사이에 마찰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미리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이와는 다른 부분에서 한-러의 우호, 그리고 발전을 꾀하자는 그런 의미로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은 북 핵 문제와 관련해선 극동지역 개발을 포함한 양국 협력에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고 국제 핵 비확산체제를 확고하게 옹호하는 만큼 대북 제재와 압박을 주도할 수 있는 특별한 위치에 있다며 북 핵 문제가 해결되면 극동개발 등 양국의 공동발전에 큰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반복하면 국제사회의 더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 직면하고 경제적 고립이 심화될 뿐임을 북한 스스로 절감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전략적 셈법을 바꿔 핵을 포기하고 무모한 도발을 중지하도록 만들려면 국제사회가 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북한에 대해 일치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한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과 관련해선 1990년대에 북한 요구대로 연례 합동훈련을 중지하기도 했지만 북한은 핵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며 북한은 연합훈련을 핑계거리로 삼고 있을 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아무런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선 대화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위한 시간벌기에 악용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박 대통령은 2일 오후 러시아와 중국, 라오스 순방을 위해 서울을 떠났습니다.

박 대통령은 첫 순방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일부터 이틀 간 열리는 제2차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해 극동지역에서의 협력 방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이어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 핵 공조와 사드 문제를 논의하고 양국관계 발전 방안도 모색할 전망입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입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결과적으로 한국과 러시아 정상회담과 지역 차원의 경제협력 중심으로 한 다양한 협력관계의 모색이 북한의 변화와 동참을 촉구하는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인 유인일 수도 있고 압박일 수도 있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에 이어 4일부터 이틀 간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항저우를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박 대통령은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앞세워 시 주석을 설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7일부터 사흘 간은 마지막 순방국인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한-아세안과 아세안+3 (한-중-일) 정상회담, 그리고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합니다.

박 대통령은 이들 행사를 계기로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 핵 문제를 논의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