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북한은 오히려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핵 무력 고도화 능력을 과시해 국제사회로부터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매주 목요일 한반도 관련 뉴스를 심층분석해 전해 드리는 `뉴스 깊이 보기,'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오히려 핵 개발 지속 의지를 밝히며 핵과 미사일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실제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발사한 탄도미사일 37발 가운데 절반 이상인 21발이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가 나온 6개월 동안 발사됐습니다.
북한은 이 기간 동안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 (3발)을 비롯해 무수단 (6발), 스커드 (3발), 노동미사일 (9발)을 잇달아 발사했습니다.
북한이 제재 국면에서 단순한 수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전략적 도발을 잇따라 감행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국 군 당국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민구 한국 국방장관은 지난 6월23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휴전 이후 전략적 수준에서 지금처럼 장기간 북한의 도발이 지속된 적은 없었다며 확고한 대비태세를 주문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 이후 이어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빠른 시간 안에 핵무기 고도화 능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해 국제사회로부터 ‘핵 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박창권 박사입니다.
[녹취: 박창권 박사]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핵 능력을 고도화시키겠다는 김정은의 의지로 볼 수 있고 이를 대외적으로 과시해 비핵화 협상이 아닌 사실상 ‘핵 보유국’이라는 위치에서 핵 군축이나 핵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일정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바뀐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방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북한정세 평가와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은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통해 비핵화 협상이 아닌 자신들이 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협상을 미국에 강요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통해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 구도를 조성하는 한편, 태평양 지역 내 사정거리에 있는 미군기지를 위협하는 미사일 발사로 미국의 ‘전략적 인내정책' 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지난 5월 36년 만에 열린 7차 당 대회에서 경제-핵 병진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전략적 노선’으로 규정하고 ‘동방의 핵 대국’이 되기 위한 ‘핵 능력의 질량적 강화’를 선언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통치기간 동안 ‘핵 보유국’ 지위의 헌법 명기와 핵 전략 완성을 통해 핵 보유국 지위에 대한 제도화 작업도 마무리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핵과 미사일의 발전 수준을 감춤으로써 모호성을 유지하는 방식이 아닌 과감하고 노골적으로 핵 능력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위협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김정은 시대의 특징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올 초부터 이어진 핵과 미사일 개발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총괄하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최대 업적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 군비통제차장을 지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김정은의 최대 업적으로 선전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가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가져왔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이를 불법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모든 책임과 원인은 미국에 있다’라는 식으로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위대하신 지도자는 병진 노선을 확고하게 유지해 나간다’는 것을 내부적으로 선전하고 싶은 것이죠.”
대북 제재 이후 이어진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도 지난 3월 15일 김정은 위원장의 ‘빠른 시일 안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여러 종류의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으로 한국 군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잇단 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을 거둠으로써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됐다는 점입니다.
5차례 실패 끝에 성공한 무수단 미사일이 대표적입니다. 괌의 미군기지까지 사정권에 둔 무수단 미사일은 유사시 괌이나 오키나와 등에서 전개되는 미군 증원전력의 한반도 투입을 막는 데 동원되는 전략무기입니다. 국방연구원 박창권 박사입니다.
[녹취: 박창권 박사] “무수단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길어 괌까지 공격할 수 있어 실제 미국과 전쟁하려는 의도보다는 미국과 일본을 위협해 유사시 이들이 한국을 지원할 수 없도록 하는 동맹 분리, 동맹 디커플링을 하기 위한 의도가 큽니다. 일단 이번에는 성공을 했지만 여러 차례 실패했으므로 무기체계의 신뢰도 향상을 위한 노력을 갖춰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달 24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SLBM,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의 경우 지금까지 모두 4차례 공개 시험발사를 거치면서 기술 수준을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끌어올렸다는 것이 한국 군 당국의 판단입니다.
한국 국방부는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북한의 SLBM이 1∼3년 안에 전력화될 수 있고 한반도를 넘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앞으로도 SLBM의 실전배치를 위해 SLBM추가 발사와 핵추진 잠수함 등 신형 잠수함 건조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이춘근 선임연구위원] “상대방의 방어를 돌파할 수 있는 전술적인 성능에서 SLBM만큼 탁월한 것이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지상 배치나 공중 배치 미사일은 사전에 탐지가 가능해 요격하기까지 상대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있지만 SLBM의 경우 수중에서 은밀하게 이동하므로 사전 탐지와 방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향후 SLBM의 실전배치를 위해 한 두 차례 더 시험발사를 하고 대규모 잠수함을 개발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SLBM발사 직후 '핵 보유국 전열'에 들어섰음을 선언하고 ‘핵무기 병기화 사업’ 과 ‘사변적 행동 조치’를 지시했습니다. ‘핵무기 병기화'는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도록 핵탄두를 소형화·경량화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소형화와 경량화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5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입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북한으로선 국제사회가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성공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핵실험을 통해 4차 핵실험 때보다 기술적으로 발전된 소형화, 경량화 능력과 파괴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핵실험 자체가 국제사회에 미치는 심리적인 파급효과와 긴장감 등을 통해 자신들이 요구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도 있는 만큼 북한으로선 핵실험을 통해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다고 생각되는 최적의 시기를 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4 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거의 완성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은 이제 소형화된 핵탄두를 실험하거나 이 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의 모습을 공개하는 일만 남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북한은 이와 함께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핵탄두 폭발시험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 한국 정부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공조 균열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핵 보유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공세적인 핵 외교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