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한 핵실험 대응 전면금수 등 추가 조치 가능"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 회의가 열린 가운데, 벳쇼 고로 유엔 주재 일본대사가 회의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벳쇼 대사는 앞서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는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조치를 건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국제사회가 어떤 추가 제재를 가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을 옥죄기 위해선 인도주의 목적 아래 허용되고 있는 석탄 등 광물과 항공유의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기존에 마련한 제재를 실제로 이행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실험에 맞서 국제사회가 지난 3월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270호의 빈틈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대서양위원회의 로버트 매닝 연구원은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2270호가 역대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구멍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90% of North Korea’s trade is with China…”

일부 분야에서 북한의 대중국 수출길이 막혔지만, 북한의 교역량 90%가 중국과 이뤄지고 있고, 위성 등으로 관측해 볼 때 여전히 북-중 교역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때문에 매닝 연구원은 북한과의 수출입 금지를 확대하는 조치가 이번 핵실험을 계기로 뒤따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으로의 항공유 수출 전면 금지 등이 이뤄질 수 있다며, 중국이 얼마나 이를 이행할지 여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맨스필드재단의 프랭크 자누지 대표는 “기존의 대북 제재는 중국과 같은 나라들이 북한과의 수출이 불법 프로그램에 관여돼 있지 않다는 점만 확인되면 회피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인도주의적 혹은 민생 목적 아래 석탄 등 광물의 수출이 자유롭게 이어졌다는 겁니다.

앞서 자누지 대표는 핵실험 전인 7일에도 “(2270호) 제재 내용과 실제 행동이 일치되지 않고 있다"면서, "‘인도주의적 목적’이라는 문구의 제거를 고려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자누지 대표] “I would hope that sooner rather than later, the UNSC would find a way to match its action with words….”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김진무 박사도 9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2270호는 가장 강력했지만 북-중 국경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양국 간 무역 행태를 봤을 때 김정은의 핵 포기를 강요할 수 있는 수준까진 아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박사] “지난번 2270호를 미국과 중국이 합의할 당시 최초에 제안된 내용들이 상당히 많이 빠졌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다시 논의가 되겠죠.”

김 박사는 이 때문에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과 국가에 추가 제재를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나, 중국의 대 북한 석유 송출 문제, 북한이 해외에 인력을 수출하면서 벌어들이는 외화 근절 등의 방안이 추가 제재 안으로 거론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생계형 무역을 통해 숨통이 트였던 북-중 간 무역 역시 추가 제재를 통해 조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2270호 채택 당시 논의됐지만 최종 결의에는 포함되지 못했던 부분들을 중심으로 추가 제재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안보리는 2270호를 채택할 당시 석탄과 철, 철광석 등 광물과 항공유의 수출 등을 금지했지만, 인도주의적 혹은 민생 목적은 예외로 한 바 있습니다. 또 고려항공 역시 해외 공항에서의 급유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추가 제재에서 인도주의적, 혹은 민생 목적이라는 문구가 제외된다면 북-중 교역량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고, 현재 중국을 포함한 3개 나라에 취항하는 고려항공도 발이 묶이게 됩니다.

그 밖에도 추가 제재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름이 안보리 결의안에 포함되거나, 군사 퍼레이드에 동원된 전력이 있는 고려항공의 해외 공항 입항 금지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에서 활동했던 윌리엄 뉴콤 씨는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VOA’에 이런 내용을 추가 제재 방안으로 거론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엔 안보리와는 별도로 미국 정부가 기존 제재를 더욱 확고히 이행하는 것도 북한을 옥죄는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 국방정보국 정보분석관을 지낸 브루스 벡톨 안젤로주립대 교수는 “이미 충분히 강력한 제재를 실제로 이행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미국 정부가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We need to go to after the actual individuals…”

유엔 제재와 별개로 국무부와 재무부가 아시아 주요 동맹국들과 공조해 돈세탁과 무기 확산 등에 관여한 북한 기관을 옥죄고, 불법 행위를 저지른 개인을 단순히 명단에 올리는 데 그치는 대신 일일이 추적에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핵실험에 앞선 7일,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도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관을 제재하지 않는 등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6월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대상국' 지정하면서, 북한과 거래한 제3국이나 기관을 추가 제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클링너 연구원은 이 조항이 아직까지 이행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매닝 연구원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금융 제재 강화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내 계좌를 추적하고, 이를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