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북한이 미군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상공 무력시위에 반발해 서울을 잿더미로 만들겠다고 위협한 데 대해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 의지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미국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향한 북한의 ‘폭주’를 경고하기 위해 지난 21일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 두 대를 군사분계선에 근접비행시키며 무력시위에 나선 데 대해 극단적인 용어를 동원해 한국과 미국을 위협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22일 대변인 성명에서 만약 미국이 B-1B를 계속 북한 상공에 띄우며 군사적 도발의 수위를 높인다면 도발의 본거지인 괌을 지구상에서 없애버리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성명은 또 박근혜 한국 정부의 이른바 ‘북 수뇌부 제거’ 망동이 청와대의 완전 궤멸을 낳을 것이라며 자신들의 핵 폭탄이 청와대와 서울을 완전히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것이라고 협박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위협에 대해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서울 잿더미와 같은 극단적인 용어로 우리를 위협하는 것 자체가 적반하장이라고 보고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런 도발과 위협이 계속되는 자멸의 길로 북한이 갈 것이 아니라 민생을 돌보고 남북관계 개선의 길로 나서는 상생의 길로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정 대변인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이러한 태도의 변화 없이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방부도 입장자료를 내고 한반도와 전세계 평화를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는 북한이 서울 잿더미 등을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북한이 도발할 경우 단호하고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에 앞서 인터넷 선전매체 ‘메아리’를 통해서도 한국 군 당국이 최근 공개한 북한의 핵 공격 징후가 나타나면 평양을 초토화하겠다는 작전에 대해 서울 불바다나 걱정하라고 위협했습니다.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전현준 박사는 북한이 이처럼 험악한 표현을 써가며 한국을 위협하는 것은 공포심을 조장함으로써 한국 국민들의 여론을 분열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전현준 박사 /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남한을 공포로 몰아넣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같고 또 이렇게 함으로써 남한 내에서 남남갈등이나 국론분열 같은 것들이 일어나도록 도모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있다고 봅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남광규 교수는 북한의 이런 위협은 한반도 정세 위기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추가 도발의 명분을 쌓으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남광규 교수 /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자기들이 미국 때문에 핵을 개발하고 전쟁 위험에 빠졌다는 것을 자꾸 강조하기 위한 거죠. 그러니까 결국 지금의 상황의 모든 책임을 미국에게 돌리기 위한, 말 폭탄이지만 거기에 담기는 의도는 미국 책임론을 더 부각시키기 위한 거죠.”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위협이 오는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더 노골화되고 있는 데 대해 대선 국면에서 북 핵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미국 차기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