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홍수피해 한 달...김정은, 복구 시점에야 현장 찾을 듯"

북한 함경북도 무산군 학산리에서 최근 홍수로 파괴된 가옥들. 유니세프가 20일 발표한 북한 수해 실태 보도자료에 실린 사진이다.

북한 함경북도 지역에 큰 홍수 피해가 발생한 지 한달 가까이 흘렀지만 정작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현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행보로 보고 수해 복구가 마무리될 즈음에 김 위원장의 현장 방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당국 스스로 해방 이후 가장 큰 재앙이라고 한 함경북도 수해 현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정치적으로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해 8월 태풍 ‘고니’로 인해 40여명의 인명피해를 낸 라선시에 뒤늦게 현지 점검을 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작년에 라선시 피해 나고 나서도 제 기억으로는 20일 있다가 라선시를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얘기는 뭐냐하면 다 복구가 완료된 이후에 그 복구의 공을 자기에게로 돌리려는 그런 의도에서 간 것입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함경북도 지역이 수해피해 복구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반응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함경북도 수해복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즈음에 현장 방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지금 상황에서 봤을 때는 피해 시기에는 가지 않고 오히려 복구가 잘 되는 그런 시점에 가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분석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 사이 함경북도 지구를 휩쓴 태풍으로 인해 홍수 피해가 났고 해방 후 처음으로 겪는 대재앙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유엔 평양 상주조정관실은 지난 15일 ‘VOA’에 홍수로 138명이 사망하고 400명이 실종됐으며 가옥 2만 채가 무너졌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수해 발생 이후 이달 들어 8차례 공식행사에 참석했지만 군사 행보 이외에 민생현장을 찾은 것은 수해복구와 무관한 과수농장과 보건산소공장, 주사기공장 등을 방문하는 데 그쳤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대동강주사기공장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TV가 24일 보도했다.

탈북자 출신인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에서 큰 재난이나 대형 사고가 났다고 해서 최고 지도자가 현장을 곧바로 방문하는 일은 이전에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광진 연구위원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재난이나 사고에 대한 것을 가서 챙기게 되면 본인이 책임지게 되는 상황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당국이나 김정은을 책임을 묻거나 쳐다보는 상황이 생기거든요. 그 다음에 둘째 원인은 수령이나 신으로 대접받는 위치이기 때문에, 레드 카펫 깔아놓고 다니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니까 안 가는 경우인 거죠.”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평양시 교외에 위치한 대동강주사기 공장을 방문해 이 공장이 적들의 악랄한 고립압살 책동과 혹심한 자연재해 때문에 온 나라가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했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세워졌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고난의 행군 시기를 언급한 것은 5차 핵 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와 함경북도 수해로 인한 북한 안팎의 어려운 사정이 반영된 발언이라는 분석입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이우영 교수입니다.

[녹취: 이우영 교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이 지금 처하고 있는 위기 상황이라는 게 북한 내부의 정책 실패가 아니라 대외 관계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원인을 바깥으로 돌리는 한편 고난의 행군 시기를 다시 상기시킴으로써 내부 결속을 강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봐야 될 것 같습니다.”

대동강 주사기 공장은 2000년 12월 평양시 교외에 세워진 의료기구 생산 공장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시 공장을 시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