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북한 핵실험 10주년] 2. 북한 핵무기 보유와 기술 현황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무기 연구 부문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모습을 지난 3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 아래쪽에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가 보인다.

북한이 첫 핵실험을 실시한 지 지난 9일로 10년이 됐습니다. `VOA'는 북한의 핵실험 10년을 맞아 북한의 핵 개발 상황과 국제사회의 대응 등을 살펴 보는 다섯 차례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기술 현황을 살펴봅니다. 보도에 함지하 기자입니다.

현재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숫자는 적게는 10개 미만에서 많게는 60여 개까지 다양합니다.

추정치의 폭이 큰 이유는 핵무기 제조원료인 플루토늄이나 고농축 우라늄을 북한이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통상 플루토늄의 경우 2~6kg의 양으로 핵탄두 1개를 만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7년 영변 원자로의 재처리 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이후 주요 부품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불능화 조치를 취한 바 있습니다.

이 때 남아있던 플루토늄의 양은 약 30kg, 핵무기를 5~15개 제조할 수 있는 양입니다.

그러나 2009년 북한이 영변 원자로에서 폐연료봉 재처리 재개를 발표했고, 2013년에는 5메가와트 (MW) 원자로를 가동하면서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2013년 원자로 재가동 이후 3년 간 5.5~8kg의 플루토늄을 생산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The reactor is restarted…“

북한이 2009년 2차 핵실험 때 플루토늄을 사용한 점을 감안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현재 북한의 플루토늄 양은 적게는 20kg에서 최대 48kg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플루토늄을 원료로 한 핵무기의 숫자가 3~24개라는 계산입니다.

어느 정도 보유량을 추정해 볼 수 있는 플루토늄과 달리 고농축 우라늄은 그 양을 가늠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한국 군과 정보당국은 지난 2014년 북한이 2010년부터 매년 연간 40kg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영국의 군사전문 기관인 ‘IHS 제인’은 영변 핵단지 내에서 북한의 두 번째 원심분리기 건물이 가동되고 있다면서, 연간 40kg에서 80kg까지 생산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여기에 고농축 우라늄은 플루토늄과 달리 대규모 시설이 필요하지 않아, 영변이 아닌 제 2 혹은 제3의 장소에서 만들어 진다는 가능성도 제기된 상태로, 연간 생산량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영변 이외에 추가 비밀 핵 시설을 운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는 지난해 4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영변 이외 지역에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하고 있을 것으로 거의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녹취: 로버트 아인혼 전 특보] “I strongly suspect that they say an enrichment facility outside of Yongbyon that the North Koreans had not yet admitted.”

이 때문에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3가지 가능성으로 고농축 우라늄의 보유량을 추정했습니다.

먼저 공개된 시설에서만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했다고 가정할 경우, 북한의 보유량은 약 220kg. 확장된 시설을 고려하면 보유량은 360kg까지 늘어나고, 비밀 시설까지 고려하면 최대 600kg의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우라늄 핵 탄두는 1개 당 고농축 우라늄 10~40kg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추정치로만 보면, 북한은 최소 5개에서 최대 60개의 우라늄탄을 보유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지난해 조엘 위트 미 존스홉킨스대 초빙연구원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2020년까지 북한이 1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의 핵 물질 보유량과 늘어나는 속도 등을 고려한 결과입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핵무기 숫자를 단순히 물질의 양으로만 볼 수 없다며 ‘핵무기 100개 주장’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이노넨 전 차장] “You know, there is a difference of having nuclear material for weapon…”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무차장은 지난해 3월 ‘VOA’에 “핵 물질을 축적한다는 것과 실제 핵무기를 보유한다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핵무기 제조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라면서, 소요 시간은 물론 전자공학적 측면, 하부구조, 각종 부품, 기폭장치와 같이 제한 사항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위트 연구원과 같은 전망을 내놓았던 올브라이트 소장 역시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13~21개로 추정하면서, 좀 더 현실적인 숫자로 한 발 물러났습니다.

핵 물질 보유와 별도로 전문가들이 눈여겨보는 또 다른 대목은 북한이 5차례의 핵실험을 하면서 기술적 진전을 이뤘을지 여부입니다.

우선 핵 폭발 위력으로만 보면, 북한의 기술력은 향상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당시 폭발력은 1kt이었지만, 이후 2차 때는 3~4kt, 3차와 4차 때는 6~7kt으로 위력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은 4차 실험이 기존과 달리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 ‘수소탄 시험’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수소탄은 원자탄처럼 핵분열이 아닌 핵융합 반응을 이용해 파괴력이 원자탄보다 수 십에서 수 백 배 더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북한의 주장을 일축했고, 한국 군 당국 역시 기껏해야 증폭 핵분열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올해 5차 핵실험에는 과거 히로시마 원자폭탄 위력과 맞먹는 10kt의 폭발력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는데,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실험에 대해 ‘핵탄두의 위력 판정을 위한 핵 폭발 시험’이라고 주장한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핵탄두 폭발시험은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실전에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를 이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해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에 시간과 능력이 충분히 있었다면서,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녹취: 스캐퍼로티 사령관] "I believe they’ve had the time and capability to miniaturize a nuclear.."

일본 정부도 올해 발표한 연례 방위백서에서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 정부는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이르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지난 10년 간 총 5번의 핵실험을 통해 핵 프로그램을 발전시켜온 북한이 언젠가 소형화와 경량화 등 핵 능력 고도화를 달성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태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북한 핵실험 10년 기획보도, 내일 이 시간에는 세 번째 순서로 ‘국제사회 대응과 평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