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 수해로 설사병 어린이 4배 증가"

북한 함경북도 무산군 학산리에서 홍수와 산사태로 파괴된 마을에 한 아이가 서있다. 유니세프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북한 수해 실태 보도자료에 실린 사진.

최근 북한 함경북도 지역에서 발생한 홍수로 설사병을 앓는 어린이가 크게 늘었다고 유엔이 밝혔습니다.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도 4배가량 증가했습니다. 김현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은 최근 북한 수해 지역 어린이들 사이에서 설사병 사례가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OCHA는 14일 공개한 ‘북한 수해 긴급 대응계획’ (DPRK flood Emergency Response Plan) 보고서에서 함경북도 지역에서 9월 한 달 5세 미만 어린이 설사 환자 수가 전 달에 비해 4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증 급성영양실조 (Severe Acute Malnutrition)로 9월 한 달 동안 병원을 찾은 어린이도 홍수 피해가 발생하기 전인 8월과 비교해 4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은 함경북도 지역의 수도와 위생 시설이 파손돼 60만여 명이 피해를 입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오염된 우물과 수동 펌프 시설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수인성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깨끗한 물과 위생 시설이 긴급히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또 홍수로 병원 등 보건 시설이 파괴되고 적어도 45개 보건소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습니다. 기본적인 의료 장비와 필수 의약품이 턱없이 부족하며 수인성 질병과 전염병이 확산될 위험도 큰 상황이라는 게 유엔의 설명입니다.

유엔은 수재민들이 당국의 식량 배급에 의존하고 있지만, 배급량이 하루 300g으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배급 만으로는 필수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응해 유엔은 5세 미만 어린이 5만여 명과 임산부와 수유모 5만여 명에게 영양 보충식과 미량영양소 가루, 비타민 A를 제공했으며, 어린이들을 위해 치료용 식량 (Therapeutic Food) 3천 여 명분을 지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수재민 14만 3천여 명을 위해 고열량 비스킷 145t과 콩 260t, 시금치 씨앗과 통조림 1만여 명분을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은 추가 자금이 지원되는 대로 취약계층 4만5천여 명에게 영양 과자 930t과 영양강화식품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 14만 3천여 명을 지원할 수 있는 분량의 콩 1천70t과 기름 107t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유엔은 현재 수재민들이 파괴된 집이나 다른 사람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극심하게 추운 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거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엔은 수재민 2만 8천여 명에게 방수포와 조리기구, 이불 등을 지원하고 150가구에 임시 거처를 위한 텐트를 지원했습니다.

또 수재민 7천840명이 임시로 지낼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자재를 구입했으며, 7천700여 가구를 위한 지붕 자재도 10월 말이나 11월 초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밖에 유엔은 학교와 유치원 보육원 54곳이 피해를 입어 아이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응해 아이들 1천 500여 명에게 학용품을 지원하고 11개 학교에 긴급 교육용품을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은 앞으로 6개월 간 북한 수해 복구를 위해서 2천890만 달러가 필요하지만 현재 모금액은 목표액의 25%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