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순실 게이트' 연일 대남 비난 공세

한국 국정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은 비선 실세 의혹의 장본인 최순실 씨가 검찰에 출석한 31일 밤 청와대가 고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의 이른바 ‘비선 실세 국정개입’ 사태에 대한 북한의 비난 공세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도 넘은내정간섭이 계속될 경우 북한 정권에게도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한국 청와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파문을 비난하며 박근혜 정부에 대한 공세를 연일 계속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논평 기사에서 박 대통령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추문 사건’에 대해 현대사회에서 찾기 어려운 기형적인 정권의 실체를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국정과 관련한 결정이 청와대가 아닌 최순실의 비밀 사무실에서 이뤄졌다고 하니 ‘현대판 수렴청정’이고 ‘특종 정치만화’라고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3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뒤 검찰 수사관들과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비선 실세 국정개입 사건은 박 대통령과 수 십 년 전부터 인연을 맺어 온 최순실 씨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에개입해 주요 정책결정과 정부 예산집행 등에 불법적으로 간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한국 국민들을 엄청난 충격에 빠뜨린 사건입니다.

북한은 단순한 정권 비난을 넘어 정권퇴진 운동을 선동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에 앞서 30일자 기사에서도 한국 언론을 인용해 한국의 온 사회가 박 대통령과 최순실에 대한 분노로 끓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위한 전국적인 투쟁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연일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비난 공세가 도를 넘어선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의 지난 28일 기자설명회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북한이 이런 저급한 행태를 통해서우리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우리 국민여론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북한은 이런 우리 내부 문제에 대한 간섭을 즉각 중단하고 도탄에 빠진 북한 민생을 돌보는 것부터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합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매봉통일연구소 남광규 소장은 북한의 세습정권이 이런 선동 공세를 계속할 경우 한국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남광규 박사 / 매봉통일연구소 소장] “북한이 박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공세는 지금 상황에선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얘기지만 이것이 예를 들어 계속 반복한다면 오히려 북한이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역효과도 나올 수있죠.”

북한의 이 같은 비난 공세가 박근혜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에 힘을 빼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북한이 1년여 앞으로 다가 온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두고 이번 사건을 대북 강경정책을 추구하는 보수정권교체의 호재로 활용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북한의 입장에선 실질적으로 박근혜 정부를 퇴진시키고자 하는 희망도 있지 않겠나 싶지만 결국은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정권교체를 도모하는 방식으로 남한 내정에 간섭하고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이 이번 사건에서 비롯된 한국 사회의 혼돈을 북한 사회의 내부 단속에 활용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김정은 정권 집권 5년의 불안정성들이 특히 금년에 집중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사실은 집안 단속이 더 시급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남한 정국을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에 활용하기엔 김정은 정권의 내구력이 너무 취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 박사는 이와 함께 북한이 남한 사태에 대해선 항시 비난해 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북한 주민들에게 주는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