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 지 50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은 채택되지 않고 있습니다. 역대 가장 오래 걸린 지난 3월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의 기록을 뛰어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미국과 중국, 두 협상 당사국들이 생각하는 대북 제재 수위가 다르기때문입니다. 함지하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우선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 현재 어디까지 진행이 됐나요?
기자) 유엔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 중국이 협상을 하는 단계입니다. 대북 제재 결의안은 통상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결의안 초안에 합의를 하고, 이어 안보리 15개 이사국들에 회람됩니다. 그런데 아직 이 단계까진 가지 못한 겁니다.
진행자) 협상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건, 그만큼 미국과 중국의 입장차가 크다는 의미일 텐데요. 어떤 부분에서 의견이 안 맞는 건가요?
기자) 민생 목적을 예외로 한 북한의 수출 금지 조항을 놓고 미-중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민생 목적이라면, 석탄이 주요 사안이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유엔 안보리가 지난 3월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270호에는 석탄과 철, 철광석 등 광물에 대해 수출 금지를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생 목적’을 예외로 한 규정이 제재의 `구멍'으로 드러났는데요, 미국은 이 예외규정을 삭제, 또는 축소하려 하고 있지만 중국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대중 수출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중국도 북한의 석탄을 아예 막을 수 있는 이런 방안에 대해 쉽게 찬성하긴 어렵다는의견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기자) 미국은 토니 블링큰 국무부 부장관이 지적한 대로 민생 목적임을 증명하지 않으면 석탄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요, 아울러 ‘쿼터제’즉, 교역량 상한선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니까,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게 아니라 민생 목적이 명확히 증명된 경우에만교역을 허용하거나, 석탄 수출 규모를 제한해서 북한 당국이 이 비용을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전용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민생 목적을 증명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기자) 현재도 중국 정부는 민생 목적을 증명하기 위해, 기업 책임자의 직인이 찍힌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 절차가 형식적이다 보니, 감시가 허술한 것은 물론, 허가도 쉽게 나오고 있다고 일부 한국 언론 등이 보도했습니다. 이 때문에 민생 목적에 대한 증명을 위해중국 정부가 기존 절차를 강화하고, 제도를 철저하게 관리감독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밖에 어떤 제재 방안이 거론되고 있나요?
기자) 현재 미-중 당국이 함구하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알 순 없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주로 수출입 금지를 확대하는 조치가 논의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석탄과 마찬가지로 민생 목적일 경우에 허용됐던 항공유 수출에 대한 전면 금지와, 북한 당국이 노동력을 해외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 등입니다. 또 군사 퍼레이드에 동원된 전력이 있는 고려항공의 해외 공항 입항 금지도 고려될수 있습니다.
진행자) 사실 대북 결의 2270호가 채택될 당시만 해도 역대 가장 강력한 결의로 평가됐었는데요. 일각에서는 기존 제재에 대한 이행만으로도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굳이 새로운 제재가 아니더라도 기존 제재를 실제로 이행하는 노력만으로도 북한을 옥죄기에 충분하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앞서 말씀드린 민생 목적 예외규정을 중국 정부가 철저히 감독한다면, 북한은 당장 석탄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2270호는 북한을 출도착하는 모든 화물에 대한 검색을 의무화하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선박이나 비행기에 실린 화물은 물론, 북한을 여행하는 승객들의 짐도 포함됩니다. 북한에겐 상당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진행자) 역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을 오가는 화물이나, 일반 여행객들의 교통수단은 거의 대부분 중국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유엔 안보리 말고도 미국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기자) 네. 미국 정부는 지난 6월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북한과 거래한 제3국이나 기관을 추가로 제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세컨더리 보이콧’이라고도 합니다. 이 때문에 유엔 제재와 별도로 미 국무부와 재무부가 북한 기관이나 중국 개인과 기업을 추적하고, 제재 명단에 올리는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얼마 전 ‘훙샹실업발전’ 등 중국 기업 등에 ‘세컨더리 보이콧’이 가해지지 않았나요?
기자) 당시 ‘훙샹실업발전’은 북한에 유엔 안보리 금지품목을 직접 수출한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북한과의 단순한 거래만으로도 제재에 올라가는 ‘세컨더리 보이콧’과는 성격이 약간 다릅니다. 그래서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아직까지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관을 제재하지 않는 등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고, 미 국방정보국 정보분석관을 지낸 브루스 벡톨 안젤로주립대 교수는 미국 정부가 결단을 내려,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