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북한이 불참 선언한 ‘유엔 인권이사회’는 어떤 곳?

지난 9월 13일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제33차 유엔 인권이사회 정기이사회에서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개막연설을 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입니다. 지난달 말 유엔총회가 인권이사회 이사국 47개국 가운데 14개국을 새로 선출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세계 각국의 인권 문제를 다루는 유엔 기구로 북한의 인권 문제도 비중 있게 논의되고 있는데요, 유엔 인권이사회는 어떤 곳이고, 또 이곳에서 북한 인권문제는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지난달 28일 제71차 유엔총회가 열린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 피터 톰슨 의장이 본회의 시작을 알립니다.

[녹취:피터 톰슨] “The 36th plenary meeting of general assembly is called to order..(36회 본회의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이날 주요 안건은 유엔 인권이사회(UNHRC) 47개 이사국 가운데 14개 국을 새로 선출하는 겁니다. 지역별로 할당된 의석수 등 투표 진행 방법을 톰슨 의장이 설명한 뒤 약 2시간에 걸쳐 투표가 진행됐습니다.

[녹취:피터 톰슨] “투표는 비밀투표로 진행됩니다. 이번에 선출하는 이사국의 지역별 의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번 투표에서는 러시아와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권 문제와 관련해 논란을 일으켰던 국가들이 이사국으로 선출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러시아의 시리아 알레포 공습을 비난하며 러시아가 다시 이사국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선 예멘에서 자행한 ‘전쟁범죄’에 대한 국제 조사를 방해했다며 인권이사국 자격을 문제 삼았습니다. 중국 역시 자국에 대한 인권 침해 의혹이 발생했을 때 인권이사회가 임명한 독립적인 인권 감독관들의 입국을 거절했다며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투표결과 러시아는 탈락했습니다.

[녹취:피터 톰슨] “동유럽 지역에 대한 투표결과 헝가리 114표, 크로아티아 114표, 러시아 112표…”

사우디와 중국은 새로 선출된 14개 이사국에 포함됐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리는 모두 47개로 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 서유럽, 남미 등 5개 지역별로 나눠 할당됩니다. 지역별 국가들이 자체적으로 의석의 후보 국가를 정하면, 193개 회원국이 총회에서 투표를 합니다. 3년 임기에 해마다 이사국의 3분의 1을 다시 뽑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2006년 설립됐습니다. 과거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아래에 있었던 인권위원회를 유엔총회 산하기관으로 격상시킨 겁니다.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은 없지만, 인권탄압국에 상당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또 인권 침해 상황을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인권 특별조사관을 선임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사국들은 각국에서 벌이지는 인권 탄압사례를 공개하고, 각국의 인권 침해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안전보장이사회에 권고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유엔에서 상당히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이라 세계 각국이 이사국 지위를 둘러싸고 로비를 벌이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북한 인권 문제도 유엔 인권이사회가 다루는 주요한 사안가운데 하나입니다. 인권이사회는 2003년 이후부터 해마다 채택되는 ‘북한인권결의’를 중심으로 대북 인권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유엔총회 차원에서 채택되는 북한인권결의안은 인권탄압, 정치범 수용소, 탈북민 송환 문제, 납북자 문제, 식량 위기 등 북한 내의 인권 상황 전반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인권이사회 결의안은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임명과 갱신 등이 핵심으로 하는 간단한 형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인권이사회는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이행 조치를 결의문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2013년에는 북한 인권문제를 전담하는 유엔 차원의 첫 기구인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설립을 결정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더 나아가 이듬해에는 ‘현장에 기반한 조직’이 필요하다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북한인권사무소 설치를 결정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서울사무소 개설을 앞두고 2015년 3월에 열린 제29차 정기이사회에서는 한국과 북한이 이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최석영 제네바대표부 대사입니다.

[녹취:최석영 대사] “한국 정부는 북한인권사무소의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위해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The Republic of Korea stand ready to lend our full support…)”

북한대표부 김영호 참사입니다.

[녹취:김영호 참사] “서울사무소는 진정한 인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권의 정치화에 불과합니다 (The DPRK denounces and condemns it as a politicization of Human rights…)”

또 2014년 결의안에는 ‘북한 인권 범죄 가해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안보리에 권고하는 내용’을 처음 포함시켰습니다.

지난 3월 23일 유엔 인권이사회는 올해 북한인권결의안은 투표 없이 채택했습니다.

[효과음] “May I take draft proposal L.25 maybe adopted without vote? It is so decided!”

특히 이 결의안에는 북한의 인권 침해 책임자 처벌 문제를 다룰 독립적인 ‘전문가그룹’의 설치를 요청하는 내용이 추가됐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이렇게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압박을 가해오자, 북한 당국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며 급기야 불참 의사를 드러냈습니다.

지난 3월 1일 열린 제 31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 참여한 북한 리수용 외무상입니다.

[리수용 외무상] “우리 인권 문제를 계속 선택적으로 개별화하여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압력을 가하는 회의들에 더 이상 참가하지 않을 것입니다”

리 외무상은 또 북한이 유엔 인권이사회의 어떤 대북 결의에도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수용 외무상] “그런 회의에서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어떤 결의가 채택되든 그것은 오직 불공정성과 이중기준의 증거로만 남을 것입니다.”

그동안 북한은 유엔 차원에서 진행되는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된 논의와 결의를 전면 반대한다고 밝혀왔지만, 인권이사회 자체를 거부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2016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한 회의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