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제재를 유지하면서도, 북한과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뚜렷하게 드러난 대북정책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외교와 국방을 담당할 새 인물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대북정책에 대해 대부분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기간 중 이따금 언급한 북한 관련 발언들로 대북정책 방향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답변을 유보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과 국무와 국방 장관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들을 토대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예측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문제 해결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영국의 민간단체인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마크 피츠패트릭 미국사무소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소장] “But it does indicate that Trump…”
비록 트럼프 당선인이 예측불가능하지만, 협상 능력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북한과의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피츠패트릭 소장은 트럼프 행정부 국무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는 밥 코커 공화당 상원의원이나 국방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는 스티븐 해들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과거 북한과 대화에 나선 전력이 있는 인물들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이면서도 북한과의 대화 자체를 반대하진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뉴욕의 민간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스티븐 노퍼 부회장도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녹취: 노퍼 부회장] “He has expressed a willingness to engage in direct dialog…”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 직후인 8년 전, 북한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했던 것처럼, 트럼프 당선인 역시 이런 의지를 표명했고, 이는 새로운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엔 중국과 러시아와 더 깊은 협력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 기회도 포함된다고 노퍼 부회장은 덧붙였습니다.
노퍼 부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아시아태평양 문제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받을 것이며, 이들 중에는 공화당 행정부에서 관련 일을 해 본 인물들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독자 제재 방안 등을 포함한 현재의 미 대북정책이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로부터 지지를 받는 상황에선, 당장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도 현재 미 의회가 북한 문제에서 초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동의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On North Korea, however, you have…”
현재 의회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에 더 강력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하는 등 북한 정책에 있어 단합된 상태라는 겁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이 임명할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이런 의회의 시각에 동의하느냐가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만간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을 할 수 있지만, 이 경우 트럼프 당선인은 더욱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고, 어쩌면 신경질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이런 상황은 앞으로 4년간의 대북정책을 결정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아시아 정책에 대해 명확히 설명한 적이 없고, 심지어 주목할 만한 아시아 정책 자문관을 내세운 적이 없다며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트럼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햄버거를 먹으며 정상회담을 하겠다면서도, 중국이 개입한 쿠데타를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면서 “국제사회의 일치된 정책인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유지하겠다거나, 강화하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