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에서 물러 나겠다는 박근혜 한국 대통령의 사실상 하야 선언은 여론의 압박에 거취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주말마다 계속된 한국 시민들의 촛불집회는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최대 규모로 외신들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습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9월 하순 한국의 jTBC방송은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이 담긴 태블릿 컴퓨터가 발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여기에는 대통령 연설문 등 각종 문서가 담겨 있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보도가 나온 뒤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의 존재를 인정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1차 대국민 담화 내용입니다.
[녹취: 박근혜 한국 대통령]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 두었습니다. ”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검찰과 특별검사의 수사도 받겠다는 내용의 2차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한국 검찰은 지난 20일 이른바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가 자신의 이권을 챙기려고 사실상 청와대를 민원창구처럼 활용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또 최 씨가 사용한 태블릿 컴퓨터뿐 아니라 최 씨의 거처와 비밀 사무실 등에서 다량의 청와대와 정부 문건을 발견했습니다.
이와 함께 청와대 비서관이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올해 4월까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우ㅏ 고위직 인사안,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의 대통령 발언 자료 등 180여 건의 문건을 전자메일로 최 씨에게 건넨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에 따라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 씨를 직권남용과 강요미수, 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직권남용과 강요, 강요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한국 시민들은 지난달 마지막 주말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촛불집회를 열었습니다.
지난 12일 광화문 광장의 3차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으로 백만여 명이 운집해 청와대를 동쪽과 남쪽, 서쪽에서 에워싸는 행진을 벌이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지난 26일은 전국에 첫눈이 내리는 쌀쌀한 날씨였는데도 최대 규모의 집회가 열리자 외신들도 집중 보도를 했습니다.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와 영국의 로이터통신 등은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한국에서 최대 규모의 시위라고 보도했고 블룸버그 통신도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집회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29일 임기를 채우지 않고 국회의 논의에 따라 물러나겠다는 사실상 하야 의사를 밝혔지만 남은 절차는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
당장 다음달 2일 한국 국회에 상정될 대통령 탄핵안을 놓고 야권 3당은 강행할 기세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은 대통령이 사실상 하야 의사를 밝힌 만큼 탄핵안 상정은 재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