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 2016 북한] 1.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

지난 1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을 축하하는 대규모 군중집회가 열렸다. (자료사진)

북한은 올해도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계속하면서 국제사회와의 대립과 갈등을 이어갔습니다. 국제사회는 이런 북한에 대해 다양한 제재와 인권 개선 압박으로 대응하고 나선 가운데 미-북 관계와 남북관계는 냉각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VOA는 2016년 한 해 북한 관련 주요 움직임을 다섯 차례로 나눠 되돌아 보는 연말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거의 1년 내내 전략적 도발을 강행했던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알아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두 차례의 핵실험과 적어도 22차례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이에 대응한 유엔의 전례 없는 강력한 제재 결의와 거듭된 경고 성명들!

2016년은 이렇게 어느 때보다 북한 정권의 전략적 도발과 국제사회의 대응이 숨가쁘게 이어진 한 해였습니다.

계속된 실험으로 북한의 핵 능력이 상당히 진전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역대 최강의 유엔 안보리 제재로 북한 정권의 고립과 무기 개발을 위한 통치자금 사정이 악화됐다는 분석이 잇따랐습니다.

이런 북한의 전례 없는 전략적 도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미리 예견됐다는 지적입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6.25전쟁 당시 무기를 생산했던 ‘군자리’까지 언급하며 미사일 등 새로운 무기 개발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습니다.

[녹취: 김정은] “군수공업 부분에서 국방과학 기술을 발전시키고 군자리 혁명정신을 발휘하여 적들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우리 식의 다양한 군사적 타격수단들을 더 많이 개발 생산하여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핵’ 언급이 없었던 점을 들어 북한의 전향적인 정책 변화를 전망했지만, 북한 당국은 불과 엿새 만에 4차 핵실험을 전격 단행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1월 6일 10시 주체 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 주장을 일축하며 유엔 안보리를 통한 강력한 대북 제재에 착수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2월에는 장거리 로켓인 광명성호까지 발사하자 안보리는 3월 2일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로 불리는 2270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녹취:유엔 안보리 의장국 앙골라 대사] “The result of the voting is the following, the draft resolution received 15 votes in favor…”

기존의 무기 관련 제재를 더 강화하는 한편 북한의 육로와 하늘, 바닷길의 운송 통제와 화물 검색을 의무화하는 매우 강력한 대북 제재를 가한 겁니다.

지난 3월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한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자료사진)

미국은 이와는 별도로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죄기 위한 강력한 조치에 나섰습니다.

미 의회는 2월 대북제재 강화법안을 채택했고, 바락 오바바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핵.미사일 개발의 핵심 돈줄인 수송과 광물, 금융기관을 겨냥한 대북 제재 행정명령들을 잇따라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그러나 3월 17일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에 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10월까지 평균 16일에 한 번 꼴로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여기엔 비대칭 무기의 정점으로 불리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도 3차례 포함됐습니다.

북한은 특히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맞아 과거 한 번도 시험하지 않았던 중거리 무수단 미사일을 처음 시험발사 한 뒤, 10월 20일까지 무려 8차례에 걸쳐 발사를 강행했습니다.

미 전략사령부는 이 가운데 400 km 비행에 성공한 6월 발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실패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북한은 나아가 5월에 개최한 7차 당 대회에서 핵 보유국 지위를 당 규약에 처음으로 명시하며 핵 보유국이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입니다.

[녹취: 김정은] “정의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해나가는 책임 있는 핵 보유국, 주체의 핵 강국으로 위용을 떨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국제사회 지도자들은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특히 북한이 6월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에 처음 성공하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의 한국 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녹취: 토머스 밴달 참모장 / 주한미군사령부] “Today’s decision is a critical one it is advancing the capabilities of the ROK-U.S. alliance…”

미국은 또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상공 비행을 통해 무력을 과시하는 한편 핵우산과 재래식 타격, 미사일 방어망을 통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굳건히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그러나 두 달 뒤인 9월 9일, 5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21세기 들어 핵실험을 실시한 유일한 나라인 북한이, 올해는 두 차례나 핵실험을 감행한 겁니다.

북한 정권은 5차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각종 핵탄두를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이번에도 즉각 언론성명을 통해 북한을 규탄했고, 11월 30일 북한의 석탄수출 규모를 제한하는 내용의 대북 제재 결의 2321호를 채택했습니다.

이에 앞서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9월 유엔총회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핵실험에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녹취: 오바마 대통령] “On the other hand, when North Korean test a bomb that endangers all of us…”

특히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 간담회에서 “김정은이 핵 공격을 감행할 향상된 역량을 갖더라도 (도발하면) 바로 죽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당국자들은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5년 동안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각각 세 차례 단행했고,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무려 36차례 실시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두 차례의 핵실험과 22차례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올해에 집중된 겁니다.

지난 8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사진을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18년 동안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16차례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김정은 정권이 얼마나 핵·미사일 고도화에 집중하는지 엿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적어도 20-30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현직 관리들은 북한의 핵 능력이 상당히 고도화돼 이르면 2-3년 안에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10월 20일 이후 두 달 넘게 전략적 도발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미치광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박근혜 한국 대통령 탄핵 사태 등으로 북한 수뇌부가 정치적 셈법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미 전직 관리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예측하기 힘들다면서도 기존의 강경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입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the natural inclination of the Republican foreign…”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공화당 외교 당국자들의 자연스런 성향은 제재와 미사일 방어체계를 가장 효과적인 대북 대응책으로 강조하는 것이라며, 새 외교안보 라인도 이런 노선을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어떤 대북정책을 구사할 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제 다시 전략적 도발을 재개하며 위기를 조성할 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