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생일 조용히 보내…"출신 때문에 경축 부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김정숙평양제사공장을 시찰하면서 새로 건설된 노동자합숙소도 둘러봤다고 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이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을 또 다시 조용히 보냈습니다. 김 위원장의 어린 나이와 재일 한인 출신인 모계혈통 때문에 대대적인 경축 행사를 치르는 데 부담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 6년차를 맞았지만 북한 당국은 김 위원장의 올해 생일도 조용히 보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생일인 지난 8일 생일과 관련한 어떤 보도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기념행사가 있었다는 소식도 없었고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 사실도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평양주재 ‘AP통신’ 기자도 8일이 김 위원장의 생일이라는 사실은 북한 전역에 잘 알려졌지만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2012년 김 위원장이 최고 권력을 공식 승계한 이후 지금까지 그의 생일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생일은 지난 2014년 1월 8일 북한을 방문 중이던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이 김 위원장에게 한 축하 발언을 북한 관영매체들이 소개하는 형식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0월 김 위원장의 생일을 성대하게 경축할 것이라고 보도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경축 행사가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을 낳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이 깨진 데 대해 한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어머니 고용희가 재일 한인 출신이라는 혈통 상의 문제를 한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9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는 이미 일정 수준에 도달해 있다면서도 엄격한 의미에서 백두혈통이 아니라는 김 위원장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김정은 모계 관련된 우상화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무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나 봅니다.”

정 대변인은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의 어린 나이도 대대적인 경축 행사를 치르는 데 부담이 됐을 것으로 지적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수석 박사는 경축 행사를 치르려면 김 위원장의 출생연도를 공개해야 하는 데 나이 많은 간부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김 위원장으로선 자신의 나이를 공식화하기를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밖에도 김 위원장이 집권 기간 동안 주민들에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때문에 거창한 생일 잔치를 치르는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집권 5년 김정은이 이번 신년사에서 본인이 자책까지 한 것처럼 지금 내놓을 수 있는 성과가 없다. 경제적 성과는 대북 제재로 인해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고요, 지난해 함경북도 수해는 북한 말 그대로 해방 후 최대 재앙이고 전반적으로 수해 복구가 아직 덜 끝난 상태고요.”

비록 김 위원장 생일은 조용하게 지나갔지만 북한 당국의 우상화 작업은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17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사망 5주기 이후 김정은 위원장을 ‘경애하는 최고영도자’로 부르는 등 김일성, 김정일 선대 지도자들과 같은 반열에 올려 놓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지도자로 등극을 했지만 아직 최고인민회의 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에 따라서 공식적인 공휴일, 기념일로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올해 최고인민회의에서 공식적인 기념일 지정을 한 뒤 내년부터 행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북한은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을 ‘태양절’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은 ‘광명성절’로 지정해 이들이 생존해 있을 때부터 명절로 기념해 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