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북한 신년사 

  • 최원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한 1일, 한국 서울 시민들이 서울역에 설치된 TV를 통해 관련 보도를 시청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새해 신년사가 큰 파장을 빚고 있습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즉각 반응을 보였는데요, 북한 최고 지도자의 신년사란 어떤 것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올해 신년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녹취: KCNA 김정은 / 북한 노동당 위원장 : 첫 수소탄 시험과 각이한 공격 수단들의 시험발사, 핵탄두 폭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며, 대륙간탄도로켓도 마감단계에 이르렀으며…”

이에 대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곧바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자료사진)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인터넷 사회연결망 서비스인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방치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북한이 이제 막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발표했다”며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도 북한의 핵 개발 수준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아직 핵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 “We do not believer that he, at this point in time, has the capability to tip one of these with a nuclear warhead.”

한국 통일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가 핵 도발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입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핵과 관련해서 핵 강국이라든지, ICBM의 마감단계라든지, 선제공격 능력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언급함으로써 핵 도발을 지속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신년사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대목은 ‘자책성 발언’입니다. 김위원장은 신년사 말미에 “언제나 늘 마음 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자신의 능력 부족을 시인하며 자책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의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자신감의 표시이자 주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려는 시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최고 지도자가 자아반성 한다는 것은 모든 분야에서 자신감 있다는 간접적인 표시일 수 있고 인민들을 위한 인민들과 함께 하는 주민친화적인 리더십을 부각시키겠다는 그런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합니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신년사는 지난 1946년 1월 시작됐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매년 1월1일 신년사를 통해 주민들에게 새해 인사와 함께 한 해 정책 방향과 중요한 대남 제의를 하곤 했습니다.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다음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신년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대중연설을 싫어하는 김정일 위원장은 직접 연설 대신 `노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등 3개 신문에 공동사설을 게재하는 방식으로 신년사를 대체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다시 육성으로 신년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신년사가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의 한 해 대내외 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연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년사가 북한의 정책 방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특히 1990년대 김정일 위원장이 집권하면서부터 신년사와 정책이 ‘따로 노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겁니다.

지난 2009년 신년사가 좋은 예입니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 해 4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5월에는 2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따라서 신년사에서 언급한 비핵화는 ‘빈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2013년 1월1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노동당 청사에서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2013년 신년사를 통해 “통일은 더는 미룰 수 없는 민족 최대의 절박한 과제”라며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KCNA] “통일을 이룩하는 데서 중요한 문제는 북과 남 사이의 대결 상태를 해소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해 남북관계는 신년사의 내용과는 정반대로 전개됐습니다. 북한은 한 달 뒤인 2월에 3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해 남북관계를 최악으로 만들었습니다.

또 2015년 김정은 위원장은은 신년사에서 ‘최고위급 회담’ 즉,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녹취: KCNA김정은]”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 해 남북 간에는 이산가족 상봉과 당국회담 등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이는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도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8.25 합의에 따른 것이며,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신년사가 최고 지도자가 주민들에게 보내는 새해 인사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합니다. 신년사를 통해 ‘동방의 핵강국’ ‘자주통일’같은 구호를 내걸고 자신의 업적을 강조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려 한다는 겁니다.

VOA뉴스 최원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