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김정남 암살, 선 넘은 행동…북한 정권 불안 신호"

북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최근 피살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자료사진)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정남 피살의 직접적 배후를 김정은으로 보고, 잠재적 위협을 모두 제거하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가족을 살해하는 것은 정권 기반을 약화시켜 김정은의 입지를 불안하게 만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에서 김정남 살해 지시는 김정은 외에 다른 누구도 내릴 수 없다는 게 북한체제를 연구해 온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 “Given the centralized nature of the government, I think the order could only have come from Kim Jong Un. I don’t think anyone would go against a direct relative of Kim Jong Un without the leader’s direct approval.”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1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체제의 중앙집권적 성격을 고려할 때 그런 명령은 오직 김정은에게서만 나올 수 있다며, 김정은의 승인 없이 그의 직계가족을 해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이번 일은 모든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해 버리는 김정은식 숙청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찰스 암스트롱 교수] “It would seem that this is Kim Jong Un’s way of eliminating any possible rival for power.”

해외로 망명한 전 북한 고위 관리 출신 A씨는 'VOA'에 북한에서 고위 당국자들은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간부강연과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정책전달 회의에 참가하면서 "열백가지 일을 하여도 오직 당에서 하라는 대로만 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입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김정남 피살과 관련해 북한 정보기관 등의 “과잉충성”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북한체제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도 김정은이 이번 사건의 배후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조정관] “I find it very plausible because I think Kim Jong Un saw him as a threat and in particular Kim Jong Un was concerned that at some point if Kim Jong Un was challenged, his brother…”

김정은은 김정남을 유사시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위협으로 간주했고, 따라서 살해 지시가 사실로 드러난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김정남이 북한 정권에 실질적 위협을 가하거나 지도자 자질을 갖춘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중국 등 제 3의 세력이 김정남과 손을 잡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조정관] “I don’t believe that Kim Jong Nam was actually a threat. I don’t think he was interested in serving as a leader of North Korea and I don’t’ think he was considered to be qualified, but I think Kim Jong Un saw him as a potential threat as somebody that another--you know, some generals and the Chinese or somebody could put forward as a figurehead to replace him. So by having him killed, he has eliminated that risk.”

미국 정부가 북한 내 권력 갈등이나 술책 등에 대한 통찰력이 별로 없지만, 김정은이 자신의 입지에 대한 잠재적 도전에 매우 민감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김정남 암살로 김정은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동북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이번 피살은 혈육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북한사회에서 선을 넘은 행위이자 정권의 불안정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고든 창 변호사] “This is another sign of instability of the regime. Obviously he feels so insecure that he has decided to kill his brother and that of course is crossing a line, because in no other country in the world do people consider blood to be as important as North Korea.”

가족을 죽인 것은 정권 내 지지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져 김정은의 입지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란 분석입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국(DNI) 등에서 재직한 조셉 디트라니 대니얼모건 국립안보대학원장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훨씬 더 많은 정보가 필요다면서도, 김정일의 아들이자 김정은의 이복형을 살해해서 어떤 사람의 권력이 강화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셉 디트라니 원장] “Assassinating a brother or half-brother, assassinating a son of Kim Jong Il, I can’t imagine any of that consolidating anyone’s power.”

클링너 연구원은 김정남 피살을 정권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징후로 보는 의견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김정은이 장성택 등 고위 당국자들을 제거하고 인민무력부장을 수 차례 교체할 정도로 자신감이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 “Some will see it as an indications of instability in the regime or alternatively we could see it as confidence by Kim Jong Un and he can take out the senior leadership including Jang Sung Thaek and his half-brother and replacing the senior leadership such as minister of defense five or six times.

클링너 연구원은 장성택 처형 직후 북한의 2인자마저 숙청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장성택 지지세력이 정권에 대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모든 북한 관리들이 극도로 불안해 하고 당국의 철저한 감시에 겁을 먹고 있는 것 같다며, 해외주재 북한 외교관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 가운데 탈북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