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장한 직후 중국 베이징에서 김정남의 편의를 봐 주던 북한 관리들이 처형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현지에서 노동당의 지시에 따르던 일부 인사들이 갑자기 김정남 주변인물로 분류됐다는 겁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2003년부터 2010년 초까지 베이징에 주재하던 곽정철 전 북한대사관 당비서가 김정남과 접촉한 혐의로 다음해 처형당했다고 북한 고위 관리 출신 탈북자가 밝혔습니다.
아시아 각국에서 근무하며 현지 북한 공관 사정에 밝은 이 탈북자는 14일 익명을 전제로 한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이 후계자로 부각된 2011년 김정남 주변인물로 분류된 인사들에 대한 숙청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무역성(대외경제성) 당비서를 역임한 뒤 노동당 부부장급으로 중국에 주재하던 곽 비서는 당시 김정남을 3차례 만났다는 이유로 처형됐다는 설명입니다.
곽 비서의 사정을 잘 아는 이 탈북자는 곽 비서 처형 후 그의 가족들은 모두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같은 해 고려항공 베이징지사 대표와 부대표 등 3~4명의 직원들이 처형되고 가족들은 수용소에 수감됐다면서, 김정남의 여행과 탁송물 운반 등을 돕던 실무자들까지 숙청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베이징에서 노동당 지시에 따라 김정남을 보좌하던 강모 씨 등 노동당 대외연락부 (225국) 소속 요원들도 같은 시기에 처형된 뒤 간암에 걸려 사망한 것으로 처리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탈북자는 자신은 직무상 1980년대부터 김정남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이후 평양에서 그와 여러 번 마주친 적이 있지만, 주민들은 물론 노동당 간부들조차 김정남을 포함한 김 씨 일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의 고위 관리들은 김일성 주석과 둘째 부인 김성애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곁가지’들에 대한 냉혹한 대우를 목격하면서 김 씨 일가에 가까이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다고 회고했습니다.
이 탈북자는 북한에서 김 씨 일가를 해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라며, 김정은의 의도를 모르면서 “충성심”에 자발적으로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