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보건장관 "김정남 VX중독 20분 내 사망"

말레이시아 집권세력을 지지하는 청년들이 지난 23일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앞에서 강철대사의 김정남 피살 사건 관련 말레이시아 비판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피살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복형 김정남은 강력한 신경작용제 VX 중독 직후 15분에서 20분 사이에 숨졌을 것이라고 말레이시아 보건장관이 밝혔습니다.

수라마니암 사타시밤 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은 오늘(26일) 기자들과 만나 "(김정남의) 사망 원인은 약물 중독에 따른 심각한 마비이며, VX 중독 이후 20분 안에 아주 고통스럽게 사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수라마니암 장관은 "사망자(김정남)에게 사용된 VX의 양이 많았던 탓에 그의 심장은 물론, 폐를 포함한 모든 장기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VX의 경우 치사량이 10㎎ 정도인데, 그에게 사용된 양은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VX는 피부를 통해 잘 스며드는 독극물이기 때문에 사망자는 불과 몇 분 만에 이상증세를 나타내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수라마니암 장관은 또한, 김정남을 병원으로 이송한 구급대원들도 VX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김정남 사건 현장에 투입됐던 구급대원들에 대해 앞으로 검사를 계속하며 장기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보도자료를 통해, 숨진 김정남의 얼굴에서 ‘에틸 S-2 디이소프로필아미노에틸 메틸포스포노티올레이트’, 또는 ‘VX’로 불리는 신경작용제가 검출됐다는 잠정결론을 담은 보고서가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당국은 ‘VX’가 유엔의 화학무기금지협약에 등록된 물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화학무기 개발 의혹은 지난 198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화학무기에 대한 국제통제기구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여서,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조차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