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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시신서 독극물 'VX' 검출…말레이, 대북 외교관계 재검토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씨의 시신에서 독성화학물질이 검출됐다고 말레이시아 경찰이 발표했습니다.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북한과의 외교관계 재검토를 관련 부처에 지시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남 씨 암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은 24일 김 씨가 독성화학물질인 ‘VX’에 의해 살해됐다고 밝혔습니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이날 김정남 씨가 피살된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칼리드 청장] “…our early findings of the chemical that we discovered…”

김정남 씨의 여권상 이름인 김철을 사망에 이르게 한 물질은 ‘VX’로, 현재 화학무기로 등록돼 있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언론보도문을 통해 말레이시아 화학국으로부터 김정남 씨의 얼굴과 눈 점막 부위에서 ‘에틸 S-2 디이소프로필아미노에틸 메틸포스포노티올레이트’ 혹은 ‘VX’로 불리는 신경작용제가 검출됐다는 잠정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VX’가 유엔의 화학무기금지협약에 따라 화학무기로 규정된 물질이라고 밝혔습니다.

말레이시아 화학국 산하 화학무기센터는 김정남 씨 부검 당시 채취한 샘플을 이용해 ‘VX’ 물질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X’는 화학무기용 물질 중 독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VX’는 신경작용제 독극물인 사린가스보다 피부 노출에 따른 독성이 훨씬 더 강하고, 흡입하는 경우에도 ‘VX’의 독성이 약간 더 높습니다.

특히 10mg 수준이면 피부 접촉만으로도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고, 눈에 보일 정도의 액체 ‘VX’가 피부에 닿을 경우 즉각 씻어내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질병관리본부는 밝혔습니다.

‘VX’는 지난 1988년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역에 살포해 수 천 명을 사망하게 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은 ‘VX’를 대량살상무기로 분류했고, 1997년 발효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따라 190여개 협약 당사국이 ‘VX’의 개발과 생산, 사용 금지는 물론 보유 중인 무기도 단계적으로 폐기하도록 했습니다. 북한은 화학무기금지협약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칼리드 청장은 ‘VX’를 직접 손으로 만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 2명 중 1명이 구토를 하는 등 독극물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VX’에 노출됐던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2청사 인근 지역에 대한 정밀조사와 함께 독가스 제거작업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칼리드 청장은 ‘VX’와 북한 간 연계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까진 말하지 않겠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의 이날 발표는 북한이 주장하는 ‘쇼크사’ 혹은 ‘자연사’를 정면으로 부인한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칼리드 청장은 김정남 씨의 친족이 조만간 말레이시아에 입국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보도를 부인했습니다.

[녹취: 칼리드 청장] “We have requested the North Korean Embassy to inform…”

북한대사관 측에 유족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으며,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아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북한과의 외교관계에 대한 재검토를 관련 부처에 지시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언론들에 따르면 아마드 부총리는 “외무부가 북한과의 외교관계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이를 보고해 내각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는 북한과의 “외교관계가 유지되기를 바라지만, 말레이시아의 법과 전문가들의 전문성 또한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마드 부총리의 발언은 최근 강철 북한대사가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 발표를 강도 높게 비난한 사실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24일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앞에서 말레이시아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북한 정부에 항의하는 서한을 들고 있다.
24일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앞에서 말레이시아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북한 정부에 항의하는 서한을 들고 있다.

앞서 아니파 아만 말레이시아 외무장관도 “말레이시아 대사로서 그는 말레이시아 정부를 신뢰해야 한다”며, 강철 대사를 직접 겨냥했습니다.

아니파 장관은 “전세계가 (말레이시아의) 조사를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투명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강철 북한대사가 “망상적이고, 거짓말을 하면서 말레이시아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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