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김정남 암살 계기로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해야"

지난달 25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한국전 발발 66주년을 맞아 대규모 반미 군중대회가 열렸다. (자료사진)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사설을 게재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워싱턴 포스트’ 와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최근 각각 사설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씨 암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대량살상무기를 이용한 북한의 암살 의혹’이란 제목의 지난 25일자 사설에서, 독극물을 이용한 김정남 씨 암살 사건은 지난 2006년 영국 런던에서 전직 러시아 정보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독살 당한 사례를 연상시킨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영국 정부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마도 독살을 승인했을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김정남 씨 암살 또한 김정은 위원장의 명령으로 실시됐을 법하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했습니다.

이 신문은 암살에 사용된 신경작용제 VX는 무서울 정도로 독성이 강하며, 1 리터로 1백만 명을 죽일 수 있는 진정한 대량살상무기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김정은이 VX로 이복형을 살인했을 가능성은 그의 극악무도함과 냉혹한 사고방식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신문은 국제 규범을 심각하게 어긴 김정은에 대해 보상이 아닌 처벌을 해야 한다며, 북한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회사들과 북한의 금융체계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번 김정남 씨 암살은 무법자와 같은 행동이었다는 점을 미국과 동맹들이 북한에게 지적하는데 있어 추호의 모호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도 지난 24일자 사설에서 김정남 씨 암살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신문은 북한이 오랫동안 중국과 한국의 탈북자들과 비판론자들을 겨냥해 왔다며, 북한 정권을 비판한 김정남 씨를 암살한 이번 사건도 북한의 행태에 부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미국이 지난해 북한에 의미 있는 새로운 제재를 가했다며, 지금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것은 실질적인 의미는 적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위협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의지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