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최근 북한 선박과 북한 선원이 탑승한 외국 선박의 입항을 불허하는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최근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던 박종철 경상대 교수가 밝혔습니다. 박 교수는 앞으로 중국 정부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 국면에서 `북한 카드'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매주 목요일 한반도 관련 뉴스를 심층분석해 전해 드리는 ‘뉴스 깊이 보기,’ 서울의 김은지 기자가 북-중 관계 전문가인 박종철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교수님께서는 지난주 중국 베이징을 다녀오셨는데요. 먼저 중국 측 인사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요?
박 교수) 제가 만난 중국의 민간 전문가들은 대게 피살 직후부터 북한 소행으로 단정하고 상당히 분노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피살 방법이나 화학물질의 가공 수준이 민간에서 동원할 기술 수준이 아니며 특히 말레이시아 정부의 공식 발표로 보았을 경우, 배후에 북한 당국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민간 연구자들은 1983년 아웅산 사건이나 1987년 대한항공 폭파 사건과 같은 테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중국 측 인사들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가 주도가 되어 아세안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단교와 같은 제재 조치나 비난 성명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그리고 마카오는 북한의 해외활동의 거점지역 역할을 했고, 각국과의 비밀협상을 위한 좋은 조건을 제공했었습니다. 말레이시아가 단교 조치를 한다면 역설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대중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시진핑의 대한반도 정책에 있어서 기회이자 새로운 도전의 요인이 될 것입니다.
기자) 현재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북한 리길성 외무성 부상이 중국을 방문 중인데요. 리 부상의 방중이 이뤄진 배경은 어떻게 보십니까?
박 교수) 김정남 사건으로 중국 당국이 상당히 분노한 상태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거절했지만 북한의 재요청에 의해 중국 정부가 초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짧은 일정 동안 주로 김정남 피살에 관한 중국 측의 항의가 있었고, 마카오에 있는 가족의 신변 문제에 대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왕이 외교부 부장과 리길성 외무성 부상의 회담으로 고위급 회담이 재개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외교부는 당의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라는 측면에서 저는 고위급 회담의 재개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아울러 이번 회담이 성사된 배경으로는 김정남 피살과 더불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부지 문제의 타결, 트럼프 정부의 중국과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즉, 중국 정부는 이번 회담을 북한에 대한 경고와 함께 한국, 미국, 일본을 동시에 견제하는 카드로 활용했고 북한은 북-중 우호를 과시하는 측면에서 북-중 양국은 실리를 얻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기자) 김정남은 그동안 중국 당국의 보호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중국 정부 입장에서 김정남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박 교수) 먼저 김정남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이해를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정남은 1971년 평양 출신으로 당시 후계자 김정일과 배우 성혜림 사이의 비정상적인 관계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성혜림의 시아버지는 작가동맹위원장 출신의 이기영입니다. 이기영은 소련,중국 등에도 명망 높은 문인이었고, 이기영과 성혜림은 대남방송에 출연하여 김일성주의를 찬양하는 선전활동을 할 정도로 북한 인민에게 인기가 높고, 국제적으로도 저명한 인사였습니다. 따라서 유교적인 평양에서 김정남의 출생은 절대 노출되게 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김정남의 자유분방한 성격과 더불어 권력 의지가 약하고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은 김정남의 권력 장악에 대해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김정남이 중국 입장에서 친중적일지라도 그는 일본, 한국 등 각국에 상당한 인맥을 쌓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에 부담이 되는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서방언론에서 다루는 것처럼 베이징 입장에서 김정남은 그리 비중 있는 인물이 아닙니다. 더욱이 김정은이 평양을 안정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며, 북한 인민들 조차 잘 모르는 김정남은 중국 당국에서 대안적인 인물로 상정해본 적조차도 없습니다.
기자) 한국 내에서는 중국 상무부의 북한산 석탄 수입 전면 중단 조치 역시 안보리 결의의 철저한 이행 의지를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인식 변화를 보여주려는 메시지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박 교수) 중국 외교부나 상무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와 미국과의 관계를 매우 중시하면서, 유엔 결의에 따라서 북한 무역의 45%를 차지하는 석탄 수입을 축소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정책수행 과정이 일정 정도 시스템적으로 이루어진 측면도 있고, 더불어 김정남 피살로 인하여 중국 내 대북 강경파들이 힘을 얻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베이징 내부에 북한에 우호적인 원로나 정책결정자, 연구자들은 많지 않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왜 중국이 북한에 대하여 결의 초기에는 단호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에 대하여 유화적인 태도로 변하는지 의문스러울 것입니다. 비록 북한이 문제가 많은 국가이기는 하지만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여전히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싫지만 동맹의 범주 안에서 전략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향후 북-중 관계는 김정남 피살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겠지만, 양국의 국가이익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중국의 대북정책의 핵심은 역사적으로 미-중 관계와 한반도에 대한 안정적인 분할관리입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몇 달 간의 압박은 있겠지만, 트럼프 정권과의 갈등과 사드 문제로 인하여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재발견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합니다. 역설적으로 아웅산 사건과 대한항공 사건 때처럼 북한과 관련 각국의 대화와 협력이 촉진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기자) 북한산 석탄 수입 전면 중단 조치 외에 중국 정부가 현재 검토 중인 후속조치가 있습니까?
박 교수) 외부인의 눈으로서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중국 당국이 북한 선박의 중국 항구로의 입항을 거절하고 있고, 심지어 북한 선원이 탑승한 외국 선박까지도 입항을 거절하는 고강도 제재 조치를 진행되고 있는 사실입니다. 외국 선박의 경우, 북한 선원이 탑승한 경우 하역을 중단하고 대기명령을 하고 항구 밖에서 선원들을 교체하여 중국 항구에 입항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올해에도 미크로네시아, 탄자니아, 피지, 몽골 국적 선박 등 10여 척 정도가 대상이 되었습니다.관련 무역업자들이나 전문가들에 의하면 북-중 국경의 비공식 무역이 공식 무역보다 2-3배 정도 많습니다. 유엔 결의안에 예외조항으로서 민생과 인도주의적 목적의 경제협력을 촉진하라고 권고하고 있는데 유엔 결의 이후에도 민생과 인도주의적 분야의 비공식 무역이 일정 정도 유지되었습니다. 현지의 무역업자에 의하면 김정남 피살 이후 비공식 무역, 즉 밀수가 대폭 감소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중국 중앙정부의 어떤 조치보다는 북-중 관계가 요동치면서 무역업자들이 단속을 우려하여 자숙하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자) 교수님께서는 지난 달 중국 단둥 현지 조사도 다녀오셨는데요. 현지에서 바라보는 북한의 모습은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박 교수) 단둥을 방문한 것은 김정남 피살 직전이었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경제 회복과 대외무역량의 증가에 따라서 북한의 관문도시 단둥과 신의주는 활기찬 모습입니다. 경제 회복이 진행되고 전력 상황이 호전되면서 저녁의 신의주 야경이 밝아진 분위기입니다. 제가 관찰하기에 김정은 시기 신의주에 15층 이상의 고층건물이 시내중심부에 50채, 신의주 남쪽 방향으로15채 정도 건설되면서 스카이라인이 변하였습니다. 단둥의 북한 식당은 중국인과 북한인 사업가들의 이용이 많아지면서 고급화를 추구하고 있고 식당 수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 식당은 남북관계 악화에 따라서 한국인의 출입을 거절하고 있습니다. 편차는 있지만 단둥 지구에 노동자 2만8천 명, 관료, 무역업자, 가족이 2천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단둥의 북한인들은 육체적으로 건강해 보이고, 과거의 우울하고 실의에 빠진 모습에서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기자) 지난해 현지 대북 교역 1위 업체인 홍샹그룹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연계된 혐의로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았는데요. 홍샹그룹에 대한 중국 현지의 평가는 어떠했나요?
박 교수) 마샤오홍의 어머니는 세관 공무원으로 알려져 있고, 어머니와 관련 정부기관의 후광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국영기업의 개혁개방 분위기 속에서 1995년부터 제1진출구 공사가 민영화되면서 마샤오홍의 모친이 경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단둥에서는 북한 무역을 하는 변경무역회사가 2개뿐이어서 많은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 속에서 한국 기업인이 삼국무역 형태로 대북무역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한국 기업인들은 평양과 단둥에 네트워크가 있는 조선족과 평양의 화교 등을 고용하여 북경, 단둥과 평양의 교량 역할을 하게 했습니다. 홍샹그룹의 성장 과정에서 대북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인들도 홍샹을 중계회사로 이용했습니다. 북-중 무역허가권이 없는 한국업체들은 신용장 개설 비용을 홍샹에게 납부함으로써 홍샹은 매우 손쉽게 막대한 부를 축적했습니다. 따라서 현지 기업인들 중에는 잘 나가는 마샤오홍에 대하여 너무 뛴다는 평가를 하며 시기 질투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기자) 홍샹그룹에 대한 제재 이후 북한과 교류하는 중국 기업들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박 교수) 현지 기업인들은 홍샹그룹이 북한에 일부 군사전용 가능한 물자를 사과상자 등을 이용해 전달한 것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에 소요되는 물자가 너무 많아서 관련 물자의 경계가 모호한데 왜 홍샹그룹과 일부 회사만 제재를 받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홍샹그룹의 문제는 이미 무역업자들과 연구자들 사이에 알려져 있었고 현장조사를 통하여 이미 충분히 파악된 상태인데, 빅데이터 방법으로 발각이 되었다고 보도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현지 기업인들은 미-중 사이에 협상을 통하여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민간 연구자가 언론보도를 하면서 사건이 크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홍샹의 경쟁업체들이 관련 연구소와 정보기관에 투서 형태로 정보를 제공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를 실증할 수 있는 내용으로 홍샹그룹에 대한 제재로 경쟁업체와 관련업체들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었고,홍샹과 거래를 하던 북한 무역회사가 제재로 인해 파산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장성택 숙청에 따른 북-중 무역업체의 교체가 있었는데 이 때와 패턴이 유사합니다. 따라서 현지 무역업자들은 홍샹의 경쟁업체들이 유엔 결의안을 이용하여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자) 교수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