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 제재 대상 선박을 불법으로 운용했다고 안보리 산하 전문가 패널이 밝혔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300여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북한의 제재 회피 정황을 상세히 지적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불법 운항 정황이 드러난 북한 선박은 모두 8척입니다.
유엔 안보리의 1718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은 지난달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제재 대상 선박인 ‘희천’ 호와 ‘철령’ 호, ‘세보’ 호, ‘지혜산’ 호 등이 이름을 바꾸고, 등록번호를 새롭게 부여 받는 방식으로 운항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선박들은 지난해 3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결의 2270호의 제재 대상 31척 중 8척으로, 유엔 회원국 항구에 입항이 금지될 뿐 아니라 자산동결 대상이기도 합니다.
전문가 패널은 지난해 11월 러시아 항구에서 서류 미비 등 이유로 정선 조치를 받았던 ‘송평 7’ 호의 경우, 국제해사기구(IMO) 고유식별번호 대신, MMSI로 불리는 ‘해상이동업무식별번호’와 콜 사인으로 통용되는 ‘선박호출부호’만을 이용하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건조연도가 1984년인 ‘송평 7’ 호는 크기나 재원 등이 제재 대상인 ‘희천’ 호와 동일했고, 1984년 건조된 선박 중에선 이들 선박과 동일한 크기의 선박은 없었기 때문에 두 선박은 같은 선박이라고 전문가 패널은 확인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제재 대상인 ‘희천’ 호에 새로운 이름인 ‘송평 7’ 호를 부여했고, IMO 번호를 감추는 대신, 새로운 MMSI 번호를 이용해 버젓이 해외 항구에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 패널은 8대의 선박이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름과 MMSI, 콜 사인을 공개하고 회원국들이 이를 숙지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아울러 총 326쪽에 달하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제재 위반 사례와, 북한이 각 분야에서 취했던 제재 회피 방법 등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보고서는 캄보디아 깃발을 달고 수에즈 운하로 향하던 북한 선박에서 수출금지 품목인 철광석 2.3t과 대전차 로켓탄 3만 개가 발견됐다고 지적했으며, 북한 무관이 남수단 등과 군사계약을 맺으려는 정황도 고발했습니다.
또 에리트레아로 향하던 화물에서 발견된 북한제 군사장비 등은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글로콤’이라는 회사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말레이시아 정부는 ‘글로콤’과 연계된 자국 기업을 폐쇄 조치했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총 7개 북한 은행이 최근까지 국제은행간통신협회인 ‘스위프트(SWIFT)’에 가입한 사실도 밝혀냈다고 보고서에 명시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3개의 제재 대상 은행이 여전히 스위프트와 거래를 하고 있어, 스위프트 측에 이들 은행의 자산이 동결 대상이란 점과, 이들과의 거래가 유엔 제재법 위반이란 점을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09년부터 활동 중인 전문가 패널은 북한을 비롯한 관련국들의 대북 제재 불이행 사례 조사와 제재 조치 이행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패널은 미국과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8개국에서 파견한 전문가 8 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