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미군기지 타격-핵탄두 취급 훈련" 주장

북한이 지난 6일 시행한 4발의 탄도미사일 발사훈련 사진을 7일 노동신문에 공개했다. 사진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설치된 발사대에서 미사일이 동시에 솟아오르는 모습,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사 장면을 직접 지켜보는 모습 등이 담겼다.

북한은 어제(6일) 감행한 탄도미사일 발사가 탄두 취급 훈련이었다고 밝혀, 핵 탄두 탑재 능력을 과시하는 듯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아직 완성하지 못한 자신들의 핵 탄두 소형화 기술을 과장해 한반도 주변국가들을 위협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주일 미군기지 타격 임무를 맡은 부대가 참가한 가운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의 탄도로켓 발사 훈련을 진행했다고 7일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6일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일본 열도 쪽으로 탄도미사일을 연쇄 발사한 게 주일 미군기지 타격 훈련이었음을 내비친 겁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이번 훈련이 전략군 화성포병들의 ‘핵전투부 취급 질서’와 신속한 작전 수행 능력을 검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매체가 핵 탄두에 해당하는 ‘핵전투부’ 취급 훈련을 했다고 보도한 것은 처음으로, 자신들의 핵 탄두 탑재 능력을 은근히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그러나 실제로 이번 훈련이 핵 탄두를 탑재한 발사 훈련이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북한이 특유의 과장을 통해 주변국들을 위협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예를 들면 핵 물질을 넣지 않고 냉실험이라도 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 실험을 한 것 같진 않고 그렇게 본다면 핵 물질이 있든 없든 소위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해서 발사하는 훈련을 했다고 보긴 어렵지 않겠느냐, 이렇게 보면 결국은 일단 말로써 핵탄두를 실전에서 운용하고 있는 또는 운용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그런 의미에서 실전배치 추진을 강하게 강조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은 거죠.”

익명을 요구한 한 북 핵 전문가는 그러나 지난해 북한이 공개한 구형 핵탄두가 스커드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크기였기 때문에 북한의 소형화 수준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며 북한의 주장이 일정 정도 사실을 반영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이번 훈련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했다며 포병들이 김 위원장을 맞아 북한을 핵무기로 선제타격하기 위한 미-한 합동 군사연습에 대한 보복 의지를 다졌다고 언급해 이번 훈련이 미-한 연합훈련에 대한 맞대응 성격임을 내비쳤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7일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의 이런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만일 그렇다면 미-한 군사연습이 없을 때는 왜 미사일을 쏘느냐’고 꼬집었습니다.

이 당국자는 따라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자신들의 계획에 따라 하는 것일 뿐이고 일부러 미-한 연합훈련 기간에 실시함으로써 훈련의 부당성을 선전하려는 계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이번 미사일 훈련과 관련한 컬러 사진 13장을 게재하며 발사 성공을 선전했습니다.

사진 가운데 네 발의 미사일이 논바닥 한가운데서 발사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한꺼번에 네 발을 쐈다는 것은 새로운 방식이라며 주한미군 배치가 추진 중인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가 필요 없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이런 위협을 통해 미-북 관계를 새롭게 하고 중국에 대해서도 그 누구도 북한을 건드릴 수 없음을 과시하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부형욱 박사도 통상적인 미사일 훈련인 것 같지만 동시에 4발을 쏨으로써 새롭게 미사일 기만전술을 연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부형욱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동시다발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것은 한-미의 요격 자산들이 굉장히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고 무력화하려는 북한의 미사일 전술을 한 번 시험해 본 게 아니냐, 왜냐하면 동시다발적으로 쏜다면 요격하는 쪽에선 부담이 있는 것이죠.”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전략군 김락겸 사령관이 미사일 발사 현지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맞이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미사일 총사령탑’으로 불리는 김락겸 사령관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6개월 만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