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 "미-중 정상회의 시험대는 북 핵 실험...중국 반응이 관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주석이 7일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악수하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는 최고위급 협력의 틀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트럼프 식 압박의 성공 여부는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중국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전직 관리 등 아시아 전문가들은 미-중 정상회담 이후 두 나라의 대북정책 방향을 가늠하는데 어느 때보다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북한 핵 위협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북 핵 프로그램 억제를 위한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는 설명 외에 구체적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랠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태평양포럼 회장은 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회동을 향후 추가 논의를 위한 기본 틀로 본다며, 두 정상이 폭넓은 합의에 이르는 대신 서로의 우려를 제기하는 과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랠프 코사 회장]

전문가들은 치열한 담판에서 실질적 해법이 도출되지 못했다 해도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윤 선 연구원]

중국 출신인 윤 선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최고위급에서 광범위하지만 모호한 협력 약속이 오갔을 것이고, 이 역시 중요한 과정이라며 후속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원론적이면서도, 중국과의 협상이 끝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임을 내비쳤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과의 관계가 훌륭히 발전했고 미래에도 자주 만나길 바란다며, 잠재적으로 아주 나쁜 많은 문제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6일 만찬 행사 중 전격적으로 이뤄진 미국의 시리아 공습을 이번 정상회담과 연관지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미 국방부 공개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 장면]

미 해군 미사일 구축함 USS 로스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와 굉음은 시리아뿐 아니라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메시지로 읽혔기 때문입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VOA’에, 시리아 공습은 시 주석에게 영향을 주고 미국이 초강대국으로서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목적도 있었다며, 이는 중국에게 중요한 교훈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보좌관]

와일더 전 보좌관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도움이 없을 경우 독자 행동에 나서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가 중국에 훨씬 심각하게 와 닿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코사 회장도 시 주석이 시리아 공습을 매우 불편하게 느꼈겠지만 중국과 북한 모두에 트럼프 대통령은 말을 행동으로 옮긴다는 신호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랠프 코사 회장]

미국은 공격을 정당화할 사건이 발생하면 공화, 민주 양당의 지지 아래 언제든 태도를 180도 바꿔 시리아에 적용했던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실제로 그런 인식을 갖고 귀국했을지 전문가들의 진단은 엇갈립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미국이 화학무기 공격에 이용된 것으로 알려진 시리아 공군기지를 외국 정상의 방미 중 공격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공격이 시리아뿐 아니라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중국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는 여전히 큰 관심사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이 선뜻 중국의 대북 전략에 대한 파급효과를 낙관하지 못하는 건 타격 대상으로서 북한과 시리아의 환경과 조건이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존 박 선임연구원 입니다.

[녹취: 존 박 선임연구원]

존 박 연구원은 표적의 정밀한 위치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선제타격의 필수 요건인데, 북한은 이미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와 고체연료 기술을 상당 수준 발전시켜 탄도미사일 발사 지점을 찾기 매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정확한 위치가 파악돼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의 타격 대상이 된 시리아 공군기지와 북한 시설을 나란히 비교할 수 없으며, 이는 1990년대 초 영변 핵 시설에나 적용될 수 있었던 시나리오라는 주장입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그런 종류의 위협을 다루는데 좀처럼 군사력을 동원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현 시점에서 중국은 미국의 대북 군사 공격 가능성을 여전히 낮게 보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 핵 프로그램 저지를 위한 미-중 간 합의 여부와 실체는 결국 드러날 것이라며,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랠프 코사 회장]

코사 회장은 중국이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느슨하게 만드는 전례를 반복할지, 아니면 마침내 강경 조치에 동참할지 움직임을 보면 이번 회담에서 얼마나 진지한 논의가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넷 연구원도 북한이 1~2주 안에 대규모 도발을 저지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 기간 동안 상황 전개를 지켜보면 이번 정상회담 결과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연구원]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그러나 중국이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더라도 여전히 북한에 완전히 등을 돌리는 수준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고스 국장은 중국의 전략적 계산은 정상회담 이후에도 여전히 바뀌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며, 중국은 미국의 대북 독자 행동 움직임에 한국이 반기를 들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고스 국장은 또 미국의 시리아 공습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켜 중국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더욱 반대하는 명분을 주거나 북한 문제에 대한 협력을 줄이는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전문가 인터뷰 전문> (무순)

•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시진핑 주석의 방미에는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어떤 인물인지 관찰하려는 목적도 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엄청난 결단력을 지녔고 군사력을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인상을 갖고 돌아갔을 것이다. 중국은 그 동안 오바마 대통령이 절대 북한을 군사 공격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식의 접근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돕지 않는다면 미국이 독자적 행동에 나서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훨씬 심각하게 여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 대한 경고 하루 만에 폭격을 감행할 이유는 없었는데도 굳이 시진핑 주석과 만찬 도중 그렇게 했다. 바로 시진핑 주석에게 강한 영향을 주기 위해서이자 미국이 초강대국으로서 전 세계에 걸친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이는 중국에게 중요한 교훈이 됐다.

• 존 박 하버드 케네디 스쿨 선임연구원

미국은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진전을 이루겠다는 일관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최근 마무리한 대북 정책 재검토에 대한 보도를 보면 뭔가 임박한 조치는 없는 것 같다. 제재에 큰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이는 새로운 방안은 아니다. 오바마 행정부도 제재를 대북 정책의 중심에 뒀기 때문이다. 북한과 관여한 중국 기업을 겨냥한 세컨더리보이콧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중국에 추가 행동을 요구하는 현 정부의 접근법으로 봐서는 중국을 움직이게 만들 방법론과 관련해 오바마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이 대북 군사 조치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선제 타격을 하려면 사전에 공격 대상의 정확한 위치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이미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와 고체 연료 기술을 상당 수준 발전시킨 것을 볼 때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위치를 찾기 매우 어려워졌다.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의 타격 대상이 된 시리아 공군기지는 이미 정확한 위치가 파악된 곳이었다는 사실과 대비된다. 나란히 비교하자면1990년대 영변 핵시설에나 적용될 수 있었던 시나리오라는 얘기다.

•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

미국이 화학무기 공격에 이용된 것으로 알려진 시리아 공군기지를 외국 정상의 방미 기간 중 공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에 대한 즉각적 위협이 아니어서 굳이 시 주석의 방문이 이뤄지고 있는 와중에 단행하는 대신 하루 이틀 더 기다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격이 시리아 뿐아니라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신호가 중국에 어떤 신호를 줬을지 큰 관심이다. 중국이 북한에게 미국의 공격이 현실화될 수 있으므로 행동을 바꾸라고 설득하는 게 미국이 바라는 바였을 것이다.

• 랠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회장

미-중 정상회담의 구체적 결과가 공개될 때까진 순전히 추측이 되겠지만, 이번 회동은 미래의 추가 논의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가 아니었나 싶다. 보다 폭넓은 합의에 이르는 대신 서로의 우려를 제기하는 단계를 말하는 것이다. 이번 만남이 이뤄지는 와중에 미국의 시리아 공격이 이뤄진 데 대해 시진핑 주석이 매우 불편하게 느꼈겠지만, 중국과 북한 모두에 트럼프 대통령은 말을 행동에 옮긴다는 신호가 됐을 것이다. 공격을 정당화할 사건이 발생하면 언제든 태도를 180도 바꿔 시리아에 적용했던 것 같은 행동을 할 수 있고 미국 공화, 민주 양당 모두 이를 지지할 것이라는 신호 말이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한국의 차기 정부 구성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 차기 대통령과의 논의를 마치기 전까지 대북 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말아야 한다. 새 한국 정부와 관계를 맺는데 불편할 만한 상황을 미리 조성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중 정상회담의 뚜렷한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 이유가 새 한국 대통령도 여기 동참시기기 위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나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핵실험에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기를 바란다.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 실제로 핵실험이 이뤄진다면 이야말로 미-중 정상회담 결과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중국이 또다시 유엔 안보리 결의를 느슨하게 만들려고 시도할지, 아니면 마침내 강경한 조치에 동참할지를 보면 이번 회담에서 얼마나 진지한 논의가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속으로 대북 군사 공격이 필요하다고 여길지 몰라도 절대 그런 움직임을 대놓고 지지하진 않는다. 물론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고 해서 중국이 미국에 선전포고를 하진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 윤 선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북한과 교역 등 사안에 대한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북한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없다.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대북 협력에 어떻게 동참시킬지에 대해 발언을 많이 해주길 바랄 뿐이다. 양국간 구체적 합의에 대해 공개하지 않는 것이 중국의 협조를 이끌려는 전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관련 협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회의에선 최고위급에서 광범위하고 모호한 협력 약속이 있었을 것이고, 이 역시 중요도가 떨어지는 게 아니다.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이 중국의 계산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틸러슨 장관의 발언 전에도 북한에 대한 모든 옵션은 늘 테이블 위에 있었다. 어느 누구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에 선제타격 옵션이 배제돼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런 정책 옵션이 이전과 지금 뭐가 달라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것이다. 중국은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그런 행동이 임박했다고 보지 않는다는 게 내 판단이다.

•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관련해 그리 많은 걸 얻은 것 같지 않다. 중국이 입장을 바꿔 북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미국을 적극 돕겠다고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해 그 동안 제재 압박을 내세운 ‘전략적 인내’, 정밀 타격, 협상, 이렇게 3가지 대안이 제시돼 왔다. 전략적 인내는 북한 핵 프로그램을 막는데 실패했고, 정밀 타격은 서울에 대한 북한의 보복 타격 가능성과 지하 핵 시설 공격의 어려움 때문에 배제됐으며, 협상은 북한에 경제적 유인책을 제공해야 하는 이유로 승인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제 미국에게 남은 건 “대북 독자 행동” 등 수수께기 같은 위협적 발언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등을 막기 위해 이런 수사가 시리아 공습과 더불어 전략적 메시지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중국은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일 수 있겠지만, 북한에 완전히 등을 돌림으로써 북한이 위기감에 핵 억제력을 더욱 키우도록 만들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 핵 개발을 늦추기 위해 ‘예방 타격’을 결정한다 해도 관련 프로그램이 북한 각지에서 진행 중일 가능성을 고려할 때 해당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은 어려울 것이다. 또 그런 타격의 목적이 정권 붕괴를 노린 게 아니라고 가정할 때, 군사 공격은 한반도 긴장을 높여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나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의 전략적 계산이 바뀌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시진핑 주석의 방미 중 시리아 공습이 이뤄진 데는 중국과 북한 모두에 신호를 보내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중국이 그리 쉽게 위협을 느끼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더 강력히 반대하거나 미국의 북한 문제 해결 노력에 협조를 줄이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중국은 또 한국이 미국의 대북 독자 행동에 강력히 반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을 것이다.

•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 현 시점에선 아직 어떤 진단도 내리기 어렵다. 앞으로 1~2주 안에 북한이 대규모 도발을 저지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 기간 동안 상황 전개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중국은 현 시점에서 미국의 대북 군사 공격 가능성을 여전히 낮게 보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이런 종류의 위협을 다루는데 좀처럼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았었다. 미국이 북한에 군사 공격을 감행할 경우 북한의 반격으로 동맹국들에 큰 피해를 초래할 것이므로 북한과 중국 역시 그런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물론 트럼프가 모든 당사자를 깜짝 놀라게 만들 여지도 있고, 이는 큰 관심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