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시리아, 세습독재·반미 ‘닮은꼴’…연대 강화 움직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올 들어 활발한 서신 교환을 통해 부쩍 연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세습독재와 반미국가라는 ‘닮은꼴 정권'들끼리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공조 차원의 행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7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시리아 독립 71주년을 기념한 축전을 보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축전에서 최근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폭격 행위를 규탄한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시리아 정부 군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으로 시리아 공군비행장에 미사일 공습을 단행한 미국을 비난하고 아사드 정부를 두둔한 것으로, 독립기념일 축전으론 이례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아사드 대통령도 이에 대해 18일 답전을 보내 김 위원장의 축전에 사의를 표하는 한편 김 위원장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며 돈독한 우의를 주고받았습니다.

김 위원장과 아사드 대통령은 최근 들어 이런 서신 교환을 통해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올해 들어서만 15차례나 축전과 위로전문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나라의 이 같은 교류에 대해 대표적 반미국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공세적 대외정책의 주요 표적으로 떠오른 두 나라 정상이 반미 연대를 강화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입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최근 트럼프가 북한에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서 시리아에 대해서 미사일 공격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시리아는 서로 간의 연대를 더욱 더 과장해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시리아 공군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한 미국의 결정은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과 아사드 대통령은 세습을 통해 권좌에 올랐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습니다.

아사드 대통령은 지난 1971년부터 2000년까지 무려 29년 간 시리아를 통치한 하페즈 알 아사드의 차남입니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 김정일에 이은 3대째 세습독재자입니다.

양국은 또 선대 지도자 시절부터 돈독한 우호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하페즈 알 아사드 대통령이 아랍민족주의 운동에 나서면서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를 때 북한의 공군 정예요원들을 보내 도왔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도 시리아에 각종 무기 제조기술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정권도 시리아가 극심한 내전 상황인데도 대표단 방문 등 교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내 중동 전문가인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는 북한이 핵이나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문제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일부 중동 국가들과 외교 고립 탈피를 위해 연대 강화를 모색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인남식 교수 / 한국 국립외교원] “북한은 원래부터 시리아와 가까웠고요. 또 핵무기로 인해서 미국의 소위 봉쇄를 당하고 있는 이란과도 연대를 가질 가능성이 높죠. 그런 것을 통해서 동북아에서 미국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중동 국가들과의 연대를 만들어서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려는 그런 노력도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그러나 이들 국가들의 반미연대가 자국 국민들의 사기 진작에 활용될 순 있겠지만 내전과 극심한 경제난 등의 악조건 속에서 서로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