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중 압박에 ‘정면돌파’ 주장…전문가들 “고강도 도발 힘들 듯”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태양절' 열병식에서 탱크부대가 행진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 중국의 이중 압박에 맞서 ‘정면 돌파’를 주장하며 군사적 위협에 나서고 있습니다. 북한이 내일(25일) 인민군 창건일을 맞아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고강도 도발을 감행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4일 논평에서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진입 중인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함을 겨냥해 거대한 파철더미가 돼 수장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우리민족끼리’는 북침 전쟁의 시각이 다가오고 있다며 전쟁의 불을 지른다면 선제타격을 비롯한 여러 가지 안이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북한 대외용 라디오 매체인 `평양방송'도 미국이 도발을 걸어오면 전면전엔 전면전으로, 핵전쟁엔 핵 타격전으로 대응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앞서 지난 21일과 22일 노동당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 성명과 외무성 대변인 담화, `노동신문' 논평 등을 잇달아 쏟아내며 최근 들어 긴밀한 협력을 보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대북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보냈습니다.

특히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1일 개인 필명의 논평에서 중국을 겨냥해 ‘북한의 의지를 오판하고 누군가의 장단에 맞춰 대북 경제 제재에 매달린다면 파국적 후과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의 이같은 반응은 이달 초 미-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북한 압박에 전례 없이 강한 협력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관측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그동안 중국의 북한에 대한 압박이 제스처였다면 이제는 실질적으로 북한에 고통이 전가될 수 있을 수준으로 압박하겠다고 통첩한 것 같습니다. 특히 이런 경우는 북 핵 국면 이후로 제가 보기엔 처음이라고 보여집니다.”

북한의 이런 반발이 25일 인민군 창건 85주년 기념일을 맞아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 도발로 이어질지에 한국은 물론 주변 관련국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신범철 교수는 만일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할 경우 중국이 원유 공급 축소 등 경제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거나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신범철 교수 / 한국 국립외교원] “미국과 중국의 대북 압박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은 자기 체제 존엄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미국이나 중국에 대해서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그런 발언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행동으로 보여주기에는 내부적으로 부담이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북한 측 주장에는 정면충돌은 피하려는 듯한 표현들이 포함돼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 성명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북한이 평화애호적인 사회주의 국가라고 밝힌 대목 등이 은연 중에 이런 입장을 내보인 게 아니냐는 관측입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당분간 ‘말폭탄’이나 저강도 도발에 그치면서 미국과 중국의 향후 움직임을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북한이 다음달 한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고 이후 전략을 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 동국대 북한학과] “한국의 새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 그것은 어쨌든 기다려봐야 될 상황이고 그럴 때 새로운 북 핵 해결에 포괄적 방안이 모색될 수도 있기 때문에 (북한이) 그 때까지는 기다려 봐야겠죠.”

한국 정부는 인민군 창건일을 앞둔 북한 동향에 대해선 아직 특이한 동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