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 시대 미-한 관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습니다. 대북정책에서 ‘최대 압박’을 주장하는 미국과, 북한에 손을 내밀려는 새 한국 정부 사이에 큰 간격이 있다는 겁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담당 보좌관은 문재인 당선인 취임 이후 ‘미-한 동맹관계’를 비관적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테리 전 보좌관] “Most likely the US-South Korea alliance will survive as both sides realize the importance of the relationship but…”
테리 전 보좌관은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과 한국 모두 동맹의 중요성에 대해선 인식을 하겠지만, 지난 몇 년 간의 관계만큼은 아닐 것”이라면서 “북한에 대한 워싱턴과 서울의 접근법이 다를 것이란 위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테리 전 보좌관은 개성공단을 예로 들면서, 문 당선인은 공단 재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은 개성공단을 계속 폐쇄 상태로 둘 것을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테리 전 보좌관] “there will be a need for careful and thoughtful management of the alliance relationship by both Washington and Seoul...”
이 때문에 테리 전 보좌관은 미국과 한국이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동맹관계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포드대학 아태연구소 부소장은 문재인 정부가 대북정책 방향에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차이점을 극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부소장] “They want to go back to…”
당장 문 당선인은 북한과 경제적 관계를 맺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 제재의 강도를 높이려 하는 상황에서 양국의 긴장관계가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다만 이런 긴장관계를 피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충분히 대비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맨스필드재단의 프랭크 자누지 대표는 두 나라 사이에 신중한 조정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미-한 동맹관계에서는 미국과 한국이 서로 다른 역할을 토대로 새로운 관계를 이뤄나갈 수 있다며 희망적인 분석을 했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아직 판단하기 이른 시점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최대 압박과 개입’에서 문재인 정부는 ‘개입’ 부분을 강조하고, 미국은 ‘최대 압박’ 부분에 초점을 둘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심스런 조율 과정을 거친다면, 두 나라의 협조관계가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자누지 대표] “In other words, a U.S.-ROK alliance that integrates American pressure and South Korean engagement…”
한국의 정책 목표가 ‘비핵화’에 강조점이 찍힌 상태에서 미국의 압박과 한국의 개입이 통합된다면 가장 좋은 공식이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래리 닉시 조지워싱턴대학 강사는 북한 문제에서 문 당선인이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따라 ‘미-한 동맹’이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지, 엇박자로 인해 어려운 길을 가게 될 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 박사] “I think the big issue with him will be to what degree…”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어느 정도의 심각성을 두는지가 앞으로 미-한 동맹을 예측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닉시 박사는 과거 부시 행정부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정책이나 발언에 대한 분노를 외부로 표출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공개적으로 이런 어긋남을 외부에 알린다는 게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 박사] “Roh Moon-hyun's policies and some of the things he said really angered the Bush administration officials…”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나단 폴락 선임연구원은 이 연구소가 진행한 영상 대담에서 최근 한반도 배치가 시작된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녹취: 폴락 선임연구원] “…but this could inject a severe strain…”
문 당선인은 사드 배치가 너무 성급하고, 적법한 절차 없이 이뤄졌다면서 새로운 대통령이 이 문제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는 미-한 관계에 심각한 긴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한국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대담에서, 문 당선인은 사드 배치를 철회하고 싶을지 모르지만, 이미 배치가 사실상 끝난 상황에서 이를 되돌리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로브 선임연구원은 문 당선인이 대북 제재를 가능한 최소한으로 줄이고, 유화정책은 최대화하고 싶어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스트로브 연구원] “I believe that in his heart Mr. Moon would prefer…”
스트로브 선임연구원은 문 당선인의 이런 대북 접근법은 미국의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이 완전한 핵 프로그램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을 땐 이를 막기까지 시간이 부족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