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혼의 산실' 게티스버그 격전지

1863년 11월 9일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국립묘지 봉헌식 연설을 묘사한 신문 삽화.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미국 남북 전쟁의 격전지, 미국 동북부 펜실베이니아 주에 있는 '게티스버그'로 안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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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혼의 산실' 게티스버그 격전지


안녕하세요? 타박타박 미국 여행, 박영서입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지구 상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네,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한 아주 유명한 말이죠.

국가란 어떤 것이고, 또 어떠해야되는지...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이 세 마디로 아주 간결하고 극명하게 가르치고 있는데요. 링컨 대통령의 이 말은 사실 미국의 뼈아픈 역사를 거쳐 나온 것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게티스버그가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는 저희 VOA가 있는 워싱턴에서는 자동차로 4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입니다. 자동차로 4시간이 가까운 거리냐, 깜짝 놀라실 분도 있을 텐데요, 하지만 동부에서 서부까지 비행기로도 족히 다섯 시간은 걸릴 만큼 미국은 워낙 땅덩어리가 넓다 보니까, 미국인들은 이 정도면 비교적 가까운 곳이다...생각들 하죠.

미국 동북부 지역에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는 미국 독립정신의 표상지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미국의 건국 과정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고요. 또 미국 남북 전쟁의 격전지였던 만큼, 주 전체가 미국의 살아있는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의 남쪽, 메릴랜드 주 경계 근처에 있는 게티스버그는 지금도 인구가 만 명이 안되는 아주 작은 도시인데요. 하지만 유명세만큼은 그 어느 대도시와 견주어도 절대 뒤지지 않는 곳이라고 합니다. 칼 화이트힐 게티스버그 기념관 공보관에게 그 이유를 한번 물어봤는데요.

[녹취: 칼 화이트힐 게티스버그 기념관 공보관] "게티스버그 격전지는 미국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남북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전투가 벌어졌던 장소입니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미국의 역사를 변화시킨 역사적 장소를 보고싶어 합니다. 작은 도시지만 게티스버그 기념관과 수많은 기념비, 유적지들이 많이 있어서 이곳에 오면 남북 전쟁이라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다면 대개는 알고 계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미국의 남북전쟁은 노예제 폐지 문제를 놓고 미국의 남부 주들과 북부 주들이 1861년부터 1865년까지 4년 동안 싸운 미국의 내전입니다. 4년간의 내전 동안 노예제를 지지하는 남군과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북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는데요. 그 중에서도 이 게티스버그는 혈전, 그 이상 다른 어떤 표현을 할 수 없는 참혹한 전투였다고 합니다. 칼 화이트힐 게티스버그 기념관 공보관의 도움말 다시 들어보시죠.

[녹취: 칼 화이트힐 게티스버그 기념관 공보관] "남북 전쟁은 1861년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2년뒤 게티스버그 북부에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3일간의 전투였는데요. 불과 사흘 동안 남군 북군 모두 포함해 5만 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실종자도 만 명이 넘었습니다. 전투는 북군의 승리로 끝났고, 남북 전쟁의 방향을 결정지은 아주 중요한 전투였습니다. 하지만 게티스버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장소기도 합니다. 당시 시체와 죽은 말들을 태우는 냄새가 석 달을 진동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정말 참혹한 전쟁이었고, 조그만 마을을 영원토록 바꾸게 한 사건이었죠. "

보통 어떤 관광지를 가게되면 관광버스를 타고 곳곳을 둘러보기 쉬운데요. 그런데 이 게티스버그는 다른 관광지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이색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관광버스가 게티스버그 구석구석을 다니는데, 이 능선 아래에서 5천 명이 죽었다, 이 능선에서 만 명이 죽었다...능선을 하나 넘을 때마다 이렇게 소개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 곳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린 격전지였고, 그렇게 피를 흘려 싸우며 미국의 선조들이 지키려 했던 가치를 생각하며 숙연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게티스버그를 찾은 것은 그로부터 4개월 후, 1863년 11월이었는데요. 게티스버그 전투에서 숨진 병사들을 위한 국립묘비 봉헌식이 있어서였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로 더 잘 알려진, 앞서 소개해드렸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라는 그 유명한 연설을 한 건데요.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에 관한 책을 저술하기도 한 마틴 P. 존슨 오하이오주 마이애미 대학 역사학 교수의 도움말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마틴 존슨 오하이오주 마이애미 대학 역사학 교수] "링컨 대통령은 국민들을 감동시키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링컨의 연설은 금방 유명해졌고 또 아주 중요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 특히 신문기자들이나 논설위원들, 정치적 인물들은 이 연설이 주는 교훈을 바로 깨닫고, 매우 좋은 방향으로 이를 소개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불과 몇 달 안에, 남북 전쟁의 의미에 대해 모든 시민들의 기억에 매우 깊게 뿌리내리게 됐습니다"

오늘날 가장 위대한 연설, 가장 자주 인용되는 연설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링컨 대통령의 연설은 불과 2~3분이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링컨 대통령의 연설은 미국 독립 선언서에 나타난 미국의 근간인 인간 평등의 원칙과, 또 남북전쟁이 그냥 전쟁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참 평등을 누리는 위대한 미국을 만들기 위한 자유의 투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링컨의 이 연설이 있었던 이 작은 시골마을, 게티스버그를 미국 영혼의 산실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타박타박 미국여행 함께 하고 계십니다.

[녹취: Enactment Ceremony 현장음]

이 게티스버그에서는 매년 7월이면 독특한 행사가 열리는데요.

[녹취: 칼 화이트힐 게티스버그 기념관 공보관] "매년 게티스버그 전투를 재현하는 행사를 합니다. 올해는 7월 1일부터 7월 3일까지 하는데요. 그게 게티스버그에서 진짜 전투가 일어났던 날짜기도 해요. 매년 여러 지역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 게티스버그 골짜기에 모여서 실제 직접 당시의 남군 복장, 북군 복장을 하고 가상 전투를 벌이죠. 민간인 복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1860년대의 당시로 돌아가 보는 겁니다. "

네, 칼 화이트힐 게티스버그 기념관 공보관의 도움말 들어보셨는데요. 사실 이런 재현극 행사는 게티스버그 뿐만 아니라 버지니아 같은 당시 격전지였던 곳에서는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재현극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요? 남군 역할을 맡은 브루스 블랙몬씨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녹취: 브루스 블랙몬 씨] "남북 전쟁에 참가했던 조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 감동적인 행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참혹한 전투로 양측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하면 여러가지 많은 감정들이 솟구쳐 올라옵니다. "

북군의 역할을 맡은 헨리 슈미드씨는 당시 남군과 북군의 심정이 얼마나 달랐을까 생각하며 마음이 아팠다고 합니다.

[녹취: 헨리 슈미드 씨] "적어도 북군은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큰 부담을 내려놓았겠죠. 반면 남군은 자신들이 명분을 가지고 싸운 전쟁에서 지고 수많은 목숨을 잃었으니까 정말 슬펐을 겁니다. 비록 잘못된 명분이긴 했지만요."

그런데 미국인들은 이렇게 참담하고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이런 재현극을 해마다 왜 하는걸까요? 칼 화이트힐 공보관에게 한번 물어봤는데요. 과거를 재조명하고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더 발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후손들의 노력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녹취: 칼 화이트힐 게티스버그 기념관 공보관] "우리는 역사를 만들어 모든 사람들의 눈앞에 가져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해마다 이 재현극을 통해 또 다른 살아있는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죠. 미국의 역사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고 발전해 왔는지 조금이라도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녀들에게도 생생하고 감동적인 교육 현장이 될 수 있습니다. "

네,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미국 건국의 이념이 살아 숨 쉬는 곳, 미국 영혼의 산실이라 불리는 펜실베이니아 게티스버그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저는 박영서였고요. 오늘도 여러분 함께 해주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