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집권여당에서 주한미군에 배치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국회비준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보수 야당들은 한 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 문제가 어떻게 매듭 지어질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우원식 원내대표는 17일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주한미군에 배치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에 대해 제반 문제를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국회 비준 여부를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국회 비준의 필요성을 공론화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우 원내대표는 하지만 하루 뒤 18일 기자들에게 이 발언의 진의에 대해 지금은 사드 재배치 같은 이야기가 나올 단계는 아니라며, 절차와 법률적 문제를 잘 검토해 신중하게 대처하겠다는 원론적 얘기라고 섣부른 확대해석을 경계했습니다.
한국의 문재인 새 대통령의 대미 특사로 미국을 찾은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은 현지 시간으로 17일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국 국회가 사드 배치에 대해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홍 특사는 이에 대해 맥매스터 보좌관이 한국 내 이런 사정을 알고 있다고 한 반응을 전했습니다.
[녹취: 홍석현 한국 대미특사] “비용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고요. 국내에서의 그런 절차상의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해한다…(고 맥매스터 보좌관이 말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사드 문제의 재검토와 공론화를 공약한 데 대해 그런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상대국들을 이해시키는 과정 또한 필요하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에선 사드 배치가 결정되고 일부 배치되기까지 절차상 문제 때문에 적지 않은 사회적 갈등을 겪어야 했습니다.
한국에 진보 성향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런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방안으로 비준과 같은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현 여권에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새 정부 출범 전에는 국회 비준이 국가 간 조약에만 해당된다는 헌법 조항을 들어 사드 배치는 국회 비준 절차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또 사드 배치에 필요한 부지와 기반시설 제공도 이미 국회의 동의를 받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어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신중한 태도로 바뀌었습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의 18일 정례 기자설명회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문상균 대변인 / 한국 국방부] “지금 한-미뿐만 아니라 주변국에 특사가 파견돼서 대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등 한국의 보수 야당들은 사드 배치를 찬성하면서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바른정당의 정양석 원내 수석부대표입니다.
[녹취: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 바른정당] “비준 대상이 아닌 것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협정 때문에 우리가 토지를 제공하게 돼 있고 그런 것이지 그렇게 전략무기 들여올 때 마다 국회비준을 받기 시작하면 국가안보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보수 야당들은 여권의 이런 주장이 국민 안위를 포기하는 행동으로, 국론 분열과 국정 갈등만 초래할 것이라고 성토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