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은 지금] 북한 국가보위성, ‘공안정국’ 조성

  • 최원기

지난 5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TV 아나운서가 국가보위성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국가보위성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 중앙정보국 (CIA)과 한국 국가정보원이 최고수뇌부를 상대로 생화학물질에 의한 국가테러를 감행할 목적으로 침투시켰던 테러범죄 일당이 적발됐다”고 주장했다.

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시간입니다.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북한의 국가보위성이 다시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인 2명을 억류한 데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테러 음모를 적발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움직임은 올해 초 잠적했던 김원홍 보위상의 재등장과 맞물려 이뤄져 주목됩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서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테러 음모’ 적발과 미국인 연쇄 체포 등 공안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4월 22일 평양과학기술대학 회계학 교수인 한국계 미국인 김상덕 씨를 체포한데 이어 5월 6일엔 이 대학에서 근무해온 또 다른 한국계 미국인 김학송 씨도 체포했습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상덕 씨는 국가를 전복하려는 적대적 범죄행위로, 김학송 씨는 반공화국 적대혐의로 체포됐습니다. 방송은 김상덕 씨는 해당 법기관에서, 김학송씨는 해당 기관에서 구체적인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언급한 ‘해당 법기관’과 ‘해당 기관’은 국가보위성으로 추정됩니다. 보위성이 간첩을 잡는 방첩과 보안 수사를 담당하는 공안기관이기 때문입니다.

워싱턴 소재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도 억류 미국인들이 보위성에 의해 체포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켄 고스]“If it would inside North Korea these people were arrested as reported SSD..”

국가보위성은 지난 5일에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 중앙정보국 (CIA)과 한국 국가정보원이 최고수뇌부를 상대로 생화학물질에 의한 국가테러를 감행할 목적으로 침투시켰던 테러범죄 일당이 적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정보기관이 러시아에서 일하던 김모 씨를 매수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테러를 가하려 했다는 겁니다.

탈북자 출신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은 국가보위성이 김정은 위원장을 겨냥한 암살 기도 사건을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밝히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이 때까지 국가보위성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목소리를 낸 적이 없는데, 미국과 한국, CIA나 국정원이 김정은을 테러하려 했다고 하는데 자료나 증인을 내세우기 않고 자신들의 일방적 주장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고…”

북한 당국은 보위성의 사건 발표를 계기로 신문, 방송 등 전 매체를 동원해 수뇌부에 대한 ‘결사옹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생화학물질에 의한 국가테러 흉계’를 비난하면서, 김일성대학과 각급 공장, 기업소를 돌며 ‘국가보위성 대변인 성명을 접한 천만군민의 분노의 목소리’를 매일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관영 `조선중앙방송'도 평양과 지방을 돌면서 연일 이른바 ‘최고 수뇌부에 대한 테러 음모’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을 전하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TV]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보위성 대변인 성명에 접한 우리 인민은 미 중앙정보국과 국정원의 살인 악마들이 우리 최고 수뇌부를 해치기 위해 비열한 음모에 치솟는 격분을 금치 못하며…”

이런 가운데 북한 TV는 지난 8일부터 특수공작원의 활약상을 그린 첩보 드라마를 방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방탄벽’이란 제목의 이 연속극은 1945년 한반도 해방 전후 김일성 주석의 신변안전을 담당한 요원들의 활약상을 담은 것입니다.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국장은 미국인 체포와 테러 음모 적발 등을 통해 국가보위성이 내부 긴장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충성과 체제 결속을 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Plot against Kim Jung-un so that they create tension the regime then justify…”

보위성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김원홍 보위상이 재등장 한 이후 이뤄진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앞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강했던 김원홍 국가보위상은 올 1월 전격 해임됐었습니다. 한국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입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북한 국가보위상 김원홍이 당 조직지도부의 조사를 받고 대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된 이후에 해임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김원홍이 갑자기 해임된 배경을 둘러싸고 갖가지 추측이 나왔습니다. 당 간부가 국가보위성의 조사 과정에서 고문으로 사망했다거나, 김정은 위원장의 가족을 내사하는 것이 발각돼 최고위층의 분노를 샀다는 등 소문이 무성했었습니다.

그러나 김원홍은 4월 15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깜짝 등장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날 김원홍은 대장 계급장을 달고 주석단에 나타나 군부 4번째 자리에서 열병식을 지켜봤습니다. 그러나 그가 단순히 대장으로 복권된 것인지, 또는 국가보위상으로 복직됐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습니다.

한편 국가보위성이 미국인 체포와 테러 음모 사건 적발 등을 통해 다시 힘을 회복하려 하지만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고 안찬일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권토중래, 뭔가 만회를 하려고, 충성심을 인정 받기 위해 미국인들을 연속 잡아들인 것인데, 그러나 한번 조직지도부로부터 난도질을 당하고 지휘공백이 생기다 보니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고..”

국가보위성은 북한의 대표적인 감시, 통제 기관으로 당, 정, 군과 사회 곳곳에 깔아놓은 감시망을 통해 주민들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