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 북 핵 2단계 접근법…"미국 수용 여부 관심"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최근 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북 핵 문제 해법으로 핵과 미사일 활동 동결에 이은 핵 폐기라는 2단계 접근법을 제시했습니다. 다음주 미-한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이런 제안에 대해 어떤 결론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최근 미국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시한 북 핵 해결 방법은 먼저 북한이 현재의 핵과 미사일 활동을 동결하고 그 다음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달성하겠다는 2단계 접근법입니다.

이 해법은 일단 북한이 더 이상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제안함으로써 북한을 협상의 자리로 유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제재, 압박과 함께 남북정상회담 등 대화를 비중 있게 언급함으로써 이전보다 강도 높은 ‘당근과 채찍’으로 북한 비핵화를 이끌겠다는 의도를 내비쳤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미국 CBS 디스 모닝(This Morning)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는 기존 미-한 양국 정부의 ‘전략적 인내’ 기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구상입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결국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한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이런 자신의 구상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설득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정책을 수립했지만 지금까지는 압박에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미국은 또 현지 시간 21일 미-중 외교안보대화에서 미-중 기업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대상에 오른 기업들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합의하는 등 대북 압박수위를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여기에다 북한에 17개월 간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사망으로 미국 내 대북 여론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트럼프 행정부가 문 대통령의 ‘대북 대화 기조’를 선뜻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는 지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유명환 전 한국 외교부 장관은 시차는 있겠지만 미국도 결국에는 ‘북 핵 동결’에 이은 ‘비핵화’라는 2단계 접근법을 현실적인 방안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미국 정부의 기조가 아직까지는 ‘제재’에 방점이 찍혀 있고 더욱이 웜비어 씨 사망으로 미국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입니다.

[녹취: 유명환 전 한국 외교부 장관] “시차가 있을 뿐이지 아마 동결, 비핵화로 나뉠 수밖에 없어요. 이런 얘기는(미-한) 정상회담이 끝나고 서로 합의에 의해서 미국은 좀 더 압력을 가해라, 너는 bad cop의 역할을 해라, 우리는 남북한 같은 민족이니 대화하자고 이야기 해보겠다, 이런 관여 쪽으로 하겠다, 서로 짜겠다고 해야 하는데. 역할분담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가 조금 성급했어요. 근데 갈 길은 그 거 밖에 없어요, 미국은. 아마 좀 지나면 미-북 대화도 할 겁니다.”

유 전 장관은 곧 있을 정상회담에서 불협화음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미-한 양국이 북한 비핵화, 그리고 미-한 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만큼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북 핵 영구 동결’이야말로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는 핵심 내용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이 핵을 영구 동결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형중 박사는 ‘북 핵 동결’에 이은 ‘비핵화’라는 2단계 접근법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대해선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미국이 원하는 것은 동결하려면 영구 동결을 하라, 북한은 전혀 받을 생각이 없을 겁니다. 미국 쪽에서는 지금은 압박을 가할 때다, 문 대통령도 압박이 필요하다고 했기 때문에 그 점에 강조점을 둘 것이고,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영구 동결해야 대화 가능하다, 사실상 영구 동결이라는 것은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는 핵심 내용이거든요.”

박형중 박사는 미-한 정상회담 개최 이전에 양측 실무진 선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많은 조율이 오갈 것이라며, 회담 자체는 양국 공통의 지향점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지만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회담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