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북한여행지침 '최고지도자 모욕 금지-외국인 억류 가능성 상존'

북한 평양의 순안국제공항에서 승객들이 고려항공 여객기에 탑승하고 있다. (자료사진)

관광으로 북한에 갔다 억류되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각국 정부들이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북한 여행 지침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고지도자를 비난하면 절대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외교부는 지난 5월 개정한 북한 여행 지침에서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 정세를 고려해 북한 여행 시 매우 조심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 지침은 특히 북한 최고지도부를 비난하거나 욕하면 큰 처벌이 따르니 절대 피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러시아 외교부도 지난 3월 발표한 지침에서 북한에서 말이나 행동으로 '최고지도자'의 존엄을 모욕하지 말라고 권고했습니다. 또 북한 지도자들의 모습이 담긴 책이나 잡지, 신문, 지폐를 손상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이 지침은 건물이나 거리에 붙어 있는 선전화나 선전 구호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북한 여행 중 억류됐다가 최근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는 숙소에서 선전물을 훼손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호주 외교부의 관련 지침도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에 대한 모욕은 범죄라고 설명하면서, 이를 어겨 외국인이 억류된 경우가 있었으니 특별히 주의하라고 밝혔습니다.

또 관광 중에 다리나 교량, 항구, 공항 등을 찍으며 간첩으로 오인될 수 있다면서, 특히 북한의 빈궁한 모습을 보여주는 광경을 찍지 말도록 권고했습니다.

이 지침들은 그밖에 공통으로 반입 물품에 대한 규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영국 외교부는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북한에 반입할 때 신중하라고 권고했습니다. DVD,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에 담긴 영화나 TV 프로그램 가운데 북한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북한 당국이 판단할 경우, 해당 동영상이 압수될 수 있고, 해당자가 구금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영국 외교부는 또 북한 당국이 체제전복적이거나 음란하다고 판단하는 문학작품도 압수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 여행 시 한글 서적을 휴대하지 말라고 권고하면서 종교적 내용 등에 대해 한글로 쓴 책이나 문서를 갖고 북한에 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호주와 러시아 외교부도 서적이나 위성 위치추적기, 손전화 등을 반입하는데 주의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그밖에 영국 정부는 북한의 안전의식이 낮다며 특히 숙소에서 불이 날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경고했습니다.

호주 정부는 북한에서 동성애가 법적으로 불법은 아니지만, 통념상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주의하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영국과 호주 등은 모두 북한 여행이 위험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정세가 불안해 안전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북한관광 전문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윤인주 전문연구원은 바로 이런 점이 북한 관광 산업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인주 전문연구원]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관광 여건상 한계를 주는 것이고요. 또 서방 관광객 입장에서 보면 거의 매년 외국인 관광객 억류 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한계를 줍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세계 많은 나라가 북한의 도발 행위와 관광객 억류 등을 이유로 자국민들에게 북한여행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정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