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 정상회담 결산 "좋은 출발, 이견 세부 조율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3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에 이어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은 미-한 불협화음에 대한 우려를 낮추고 트럼프 행정부와 일단 좋은 출발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 핵 문제를 풀어가는 접근의 세부 조율과 무역불균형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문 대통령의 3박 5일 워싱턴 방문! 우선 어떤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애초 우려됐던 불협화음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미-한 정상 간에 긍정적인 출발을 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기존의 굳건한 동맹 관계를 재확인했고,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 배치에 대한 이견도 일단 잠재웠습니다. 지난 미-일, 미-중 정상회담 때처럼 두 정상이 신뢰와 우의를 형성한 것도 긍정적이란 지적입니다.

진행자) 그럼 사안별로 어떤 결과들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아볼까요? 대북정책은 어떤가요?

기자) 지난 2015년 10월 바락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한에 관한 공동성명’ 내용을 대부분 새 공동성명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위한 두 나라의 긴밀한 공조, 국제 공조 강화, 북한 정권의 끔찍한 인권 침해 우려와 개선 촉구,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진행자) 새로운 내용은 어떤 건가요?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최대의 압박”이 추가된 게 대표적입니다. 공동성명은 두 정상이 “북한이 도발적 행위를 중단하고 진지하고 건설적인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도록 최대의 압박을 가해 나가기 위해 기존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새로운 조치들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뒤 공동발표에서 이런 기조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Wrap Up Summit ACT 1 YKK 7/3>[녹취: 트럼프 대통령] “on a range of diplomatic, security and economic measures to protect our allies and our own citizens from..”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동맹과 미국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외교와 안보, 경제적 조치를 하고, 지역 강대국과 모든 책임 있는 나라들에 북한 정권이 더 나은 길을 선택하도록 미국의 제재 이행에 동참하도록 촉구하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문재인 정부가 회담 전 추진했던 것들도 포함이 됐습니까?

진행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통일 조성에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다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하였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미주 한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런 합의를 중요한 성과로 꼽았습니다.

<Wrap Up Summit ACT 2 YKK 7/3>[녹취: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한반도의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서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과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지지를 확보한 것은 대단히 중요한 성과였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반면, 공동성명과 두 대통령의 말에 차이가 나는 것도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게 문 대통령이 강조한 북 핵 문제를 풀기 위한 “단계적, 포괄적 접근”입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두 정상은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북 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회담 후 언론발표와 이후 연설들에서 이를 계속 강조했지만, 공동성명에는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발표에서 제기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무역불균형 등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여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세부 조율이 필요한 사안들로 보입니다.

진행자) 앞서 문 대통령의 안보관과 대북정책에 대한 워싱턴 내 우려가 어느 정도 불식됐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어떤 건가요?

기자) 워싱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진보 정부처럼 비핵화 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춰 북한에 대한 국제 압박과 제재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 약속 이전에 대화하지 않겠다고 한 것, 핵·미사일 도발 중단 대가로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하지 않겠다고 한 것, 국제 제재와 상충할 수 있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 “지금은 쉽게 사업을 재개할 수 없다”고 강조한 게 미국의 우려를 많이 불식시켰다는 지적입니다. 문 대통령이 백악관 공동발표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연설에서 한 말입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북한은 북 핵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한-미 양국의 확고한 의지를 과소평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국가안보에 있어 타협이나 양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도발을 중단할 것이라고 약속한다면 우리는 북한과 대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한-미 훈련을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은 한국과 미국의 오래된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진행자) 일단 좋은 출발을 했다는 평가인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연내 한국 방문 초청을 수락했고, 이번 주말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020) 정상회의에서 미-한-일 정상이 별도로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긍정적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동결 등 단계적 조치와 대화 조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중국의 역할을 놓고 견해가 충돌할 가능성도 상존해 있습니다. 따라서 두 정상이 합의한 고위급 전략협의체에서 이런 사안들에 대한 세부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