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의 명물 블루크랩

메릴랜드 피싱크릭의 해산물 전문업소 관계자들이 갓잡은 꽃게들을 쪄내기 위해 운반용 수레에 싣고 있다.

미국 곳곳의 멋과 정취, 문화와 풍물,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 거리들을 찾아보는 '타박타박 미국여행'입니다. 수도 워싱턴 DC를 지리적으로 감싸고 있는 메릴랜드주, 두번째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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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랜드 명물 블루크랩

안녕하세요. 타박타박 미국 여행 박영서입니다. 어느 달 밝은 밤, 아기 게가 모래밭 위를 뒤뚱뒤뚱 걷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어미 게, 한마디 합니다. "똑바로 걸어야지 왜 옆으로 걷니...날 잘 보고 엄마처럼 걸어봐." 엄마는 이렇게 이렇게...하면서 옆으로 걸어갑니다...

네, 한국의 아이들에게 잘 알려진 동화인데요. 남의 잘못은 너무 잘 보이고, 지적까지 하는데 ...내 잘못은 보이지 않는 것...정작 본인의 잘못은 잘 보지 못하는... 인간의 본성을 꼬집는 얘기죠.

느닷없이 웬 '게 이야기'인가 싶으시죠? 네, 오늘 소개해드릴 곳이 메릴랜드 주인데요. 이 메릴랜드 주의 명물이 바로 게, '블루크랩(Blue Crab)'이다 보니 문득 어릴 적 들었던 게 이야기가 떠올라서 잠시 소개해드렸습니다. 네,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블루크랩으로 유명한 메릴랜드 이야기 들려드립니다.

[녹취: 현장음]

왁자지껄...즐거운 웃음소리...커다란 테이블에 금방 쪄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게들이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원래 게는 어느 나라나 비싼 편인데, 어떻게 그 비싼 게를 수북이 쌓아놓고 먹을 수 있나...싶으시죠? 그런데요. 이 메릴랜드에서는 주머니 사정이 썩 두둑하지 않아도 가능합니다.

메릴랜드에는 게철이 되면 'All you can eat', 정해진 돈만 내면 먹을 수 있는 만큼 양껏, 마음대로 게를 먹으라는 '게 전문집'들이 즐비하기 때문인데요.
바다와 갈매기들...좋은 사람들...거기다 먹음직스러운, 그것도 수북이 쌓여있는 게들이라니 정말 신나는 일이겠죠?

미국 동부 대서양 연안에 있는 메릴랜드는 미국에서도 맛좋은 게 생산지로 아주 유명합니다. "메릴랜드 사람들에게 맥주와 블루크랩, 게가 빠지면 여름이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블루크랩은 메릴랜드의 명물인데요. 메릴랜드에서 2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터줏대감, 사회학자 김병대 박사의 설명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김병대 박사] "동네 깃발에 많이들 게가 그려져 있어요. 주 깃발은 다른 것이지만 게를 그려요, 장난삼아... 게가 유명합니다. 한국처럼 대게는 아니고, 중간 사이즈인데 이게 일년 내내 나오긴 하지만 5월 초순부터 10월 말까지가 가장 많이 나오고요. 맛있을 때는 독립기념일 7월 4일에서 8월 15일 그 때가 제일 맛있다고 합니다"

메릴랜드의 게는 블루크랩이라고 부르는데요. 크기는 몸통이 보통 8cm~12cm 정도...손바닥 만하고요. 등 껍질은 한국의 꽃게 비슷한 색깔인데요. 집게발이 사파이어처럼 푸른 빛을 띠고 있어 블루크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물론 익히고 나면 게 특유의 주홍색으로 바뀝니다. 메릴랜드 관광청의 짐 마이어 씨는 메릴랜드의 게 맛이 더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데요.

[녹취: 짐 마이어 씨] "블루크랩은 주로 대서양 연안에 서식하고 멀리 남미 해안까지 퍼져 있습니다. 게는 겨울잠을 자는데요. 이때 살이 오르고 윤택해지고 더 맛있어지죠. 특히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체사피크 만 일대는 블루크랩이 살기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 게는 그래서 더 달고 살도 더 많습니다. 그 어느 곳보다... 많은 메릴랜드 주민들이 여름철이면 뜰채나 통발을 가지고 직접 게를 잡기도 하는데요. 아주 즐거운 메릴랜드의 풍습이죠"

그리고 메릴랜드 블루크랩은 한국과는 달리 주로 쪄서 먹기 때문에 그 맛이 더 별미라고 하네요.

[녹취: 김병대 박사] "요즘은 다르지만 옛날에는 탕을 해 먹었죠. 비싸니까... 여러 사람 먹어야 하니까. 여기는 대부분 쪄서 먹는데 단위가 12개, 그리고 부셸(bushel)이라고 해서 큰 바구니로 하나를 한자리에 앉아서 먹습니다. 대여섯 명 가면 40~50개 정도 나오는데...아무래도 다르죠. 탕으로 국물 내 먹는 거랑 살만 먹는 거랑... 처음 익숙하지 않으면 이상하지만 나중에는 기억이 납니다. 메릴랜드에서 살다 다른 지방 간 사람들이 제일 받아보고 싶은 게 블루크랩이라고 합니다. 엄청 고마워합니다. "

메릴랜드 관광청의 짐 마이어 씨 이야기도 한번 들어볼까요?

[녹취: 짐 마이어 씨]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맛있어요. 우리의 조리법은 별다른 손질을 하지 않고 그냥 삶고 찌는 건데요. 맥주를 넣고, 게 요리 전용 양념 소금을 넣는 겁니다. 특별한 양념이 아니고요. 아무 데서나 파는 그냥 양념 소금입니다. 어렵지 않아요. 누구나 다 할 수 있죠.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절대 흉내 내지 못할 기가 막힌 맛이 납니다."

짐 마이어 씨는 또 메릴랜드의 블루크랩은 음식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데요. 무슨 이야길까요?

[녹취: 짐 마이어 씨] "이건 그냥 음식이 아니고요. 함께 어울려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겁니다. 몇 시간씩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둘러앉아 게를 먹는 건데요. 이게 그냥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게 아니고요. 게를 고르고 살을 잘 발라 먹으면서 사람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보내는 겁니다. 게살 바르는 데 서툰 사람들은 도와주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서로 즐거운 시간을 갖는 거죠. 정말 행복한 시간입니다. "

하지만 지난 몇십 년째 자꾸만 블루크랩의 개체 수가 줄어들어 메릴랜드 주 정부와 어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메릴랜드 어민 래리 심스 씨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녹취: 래리 심스 씨] "내가 젊었을 때, 50년 전 삼촌과 함께 일할 때는 물도 아주 깨끗하고 블루크랩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점점 사람들도 늘어나고 점점 쓰레기도 늘고 오염되고 있습니다. 블루크랩도 전보다 훨씬 안 잡히고 이곳을 떠나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다행히 주 당국과 어민들, 환경보호운동가들의 지속적인 수질 개선 노력과 수확량 규제 등으로 최근 들어 다시 개체 수가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타박타박 미국 여행 함께 하고 계십니다. 메릴랜드의 주도는 애나폴리스(Annapolis) 라는 곳인데요. 아주 잠시긴 하지만 한때 미 연방정부의 수도였다고 합니다. 김병대 박사의 도움말입니다.

[녹취: 김병대 박사] "애나폴리스는 원래 미국의 잠시 수도였습니다. 필라델피아에서 시작했는데, 메릴랜드에서 땅 기부하고, 버지니아에서 또 반을 기부해서 워싱턴 D.C.를 만들고 거기에 백악관을 짓고 연방기관을 지었는데요. 그 짓는 동안 애나폴리스가 지금은 물론 주 수도지만 그때 연방정부의 수도를 잠시 했습니다. 역사 깊고요. 오래된 건물 많아요. 200년 된 건물도 남아있고..."

그리고 애나폴리스에는 그 유명한 미국의 해군사관학교도 있습니다.

[녹취: 김병대 박사] "미국 해군 사관학교가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개방해서 구경할 수 있고 상당 부분 공개하기 때문에 구경하면 좋고요. 한국계 학생들 중에도 미국 해사를 지원한 학생 많고 생도 모임 따로 있습니다. 미국은 해군의 전통이 깊어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

애나폴리스가 메릴랜드 주도이긴 하지만 메릴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는 볼티모어입니다. 항구도시인데요. 미 동부에서는 세 번째로 큰 항구인데 요즘은 그 규모가 조금 줄었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동부지역으로 진출하는 한국산 자동차나 한국산 식품들이 볼티모어 항을 통해 많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메릴랜드의 자랑거리 중 하나가 '오션시티(Ocean City)'라는 곳인데요. 오션시티, 말 그대로 대서양 바닷가에 있는 도시입니다. 쪽빛 물결의 대서양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메릴랜드의 대표적인 여름 휴양지로 인기가 많은데요. 시원한 파도와 갈매기들이 손짓하는 오션 시티 이야기는 다음에 또 기회 있을 때 한번 소개해드리기로 하겠고요.

네,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블루크랩으로 유명한 메릴랜드 주 이야기 들려드렸습니다. 저는 박영서였고요.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